[직썰 / 손성은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정리 과정에서 분리 설립된 ‘예별손해보험’ 공개매각에 나섰다. 예별손보는 MG손보 매각 불발 이후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설립된 가교 보험사다. 당초 예보는 MG손보 보험계약을 대형 손해보험사로 이전한 뒤 법인을 청산할 계획이었으나, 정치권의 추가 검토 요구가 이어지면서 매각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매각 재추진으로 예별손보는 한 차례 더 기회를 얻었지만, 회계·자본 규제 강화와 손해보험업 특유의 구조적 리스크가 겹치며 인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보, 예별손보 매각 재추진
예보는 예별손보(옛 MG손보) 매각을 위해 오는 1월 23일까지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앞서 다섯 번째 MG손보 매각은 인수 조건을 둘러싼 노동조합과 원매자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 이후 예보는 MG손보 보험계약을 타 보험사로 이전하고 법인 청산을 추진했으나, 정치권 개입으로 재매각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번 매각에서 예보는 주식매각(M&A)과 계약이전(P&A)을 병행하는 투트랙 방식을 택했다. 주식매각은 회사 지분 전부를 인수하는 방식이며, 계약이전은 예별손보의 보험계약부채와 우량자산을 이전받는 구조다. 직전 매각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계약이전 방식이 지목된 만큼, 인수 선택지를 넓혀 원매자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매각 불발 시 정리 수순…보유 계약은 타 보험사 이전
이번 매각이 다시 무산될 경우 예별손보가 보유한 MG손보 보험계약은 다른 손해보험사로 이전되고, 예별손보는 이후 청산된다. 예보는 재매각 성사를 위해 자산 건전성과 조직 효율성의 개선 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예보는 “보험계약자 보호와 보험시장 안정을 위해 MG손보 노조, 금융당국, 예보 간 협의를 거쳐 인력과 조직 효율화를 마쳤고, MG손보 부실자산이 예별손보에 이전되지 않으면서 자산 건전성이 한층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재무 개선 강조에도 시장 평가는 ‘냉랭’
예보의 설명과 달리 업계 시각은 신중하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조건이 정비됐다는 점과 실제 인수 매력은 구분해 봐야 한다”며 “예별손보의 계약 규모와 건전성, 규제 환경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한 원매자가 등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업 인수합병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예별손보 외에도 롯데손보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원매자는 드물다. 생명보험업계 역시 KDB생명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뚜렷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규제 환경 변화가 M&A 위축 불러
보험사 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된 배경으로는 규제 환경 변화가 꼽힌다. IFRS17과 K-ICS 도입 이후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책임준비금과 자본 부담이 연결 기준으로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과거처럼 인수 이후 장기간에 걸쳐 재무 부담을 흡수하는 방식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같은 구조는 수익성 둔화 우려로 이어진다. 특히 손해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아 손해율 변동성과 정책 리스크에 민감하다. 실손보험 제도 개편이나 자동차보험료 규제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인수 이후 재무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교보험사 한계까지…인수 매력은 제한적
예별손보는 손보업 특성에 더해 가교보험사라는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과거 부실 이력에서 출발한 데다 실손·자동차보험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 역시 원매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규제와 시장 환경에서는 보험사를 사고 싶어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인수 이후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인수 의지를 가진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별손보 매각과 무관하게 보유 보험계약은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만큼 계약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예보가 예별손보 설립·운용·정리에 투입한 비용은 문제로 남는다. 관련 비용은 예보기금에서 충당되는 구조다.
예보기금은 금융회사들이 법에 따라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되지만, 공공기관이 운용하는 준공공기금이라는 점에서 향후 비용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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