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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SI를 담아낼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데이터센터 하나를 계획부터 준공까지 짓는 데 평균 3.5년이 걸린다. 복잡한 인허가와 전자파·소음·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 반발이 주요 원인이다.
물론 주민들의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데이터센터=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직접 고용뿐 아니라 장비 유지·보수, IT 설치, 전력·설비 공급 등 광범위한 연관 산업을 만들어내는 고부가 인프라다. 자동차나 반도체 공장과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존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는 영국 외곽에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조성하며 교통 인프라에도 함께 투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발전의 촉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이 ‘AI 빅3’를 목표로 한다면, 소규모 엣지 데이터센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거대 모델 학습과 추론을 감당할 수 있는 수백 메가와트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수도권 중심부에 이를 짓는 것은 토지와 전력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SK그룹이 오픈AI와 추진하는 데이터센터를 서남권에 짓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정책 속도다. 통신망 확충, 장기 전력 공급, 인허가 간소화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지방 분산 전략도 공허한 구호에 그친다. 지금처럼 3년 반이 걸리는 구조로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는 말처럼, 골든타임은 많지 않다. 데이터센터를 혐오시설이 아닌 21세기 필수 인프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도로 없이 자율주행을 논할 수 없듯, 데이터센터 없이 AI 시대를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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