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HD를 떠난 신태용(55) 전 감독을 둘러싼 ‘선수 폭행 의혹’이 축구계를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승현(31)은 “폭행”이라고 주장했고, 신태용 전 감독은 “과한 애정 표현”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실 확인 절차에 착수하면서 논란은 구단 내부 갈등을 넘어 제도와 인권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 이후 본격화했다. 정승현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가해자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받은 사람이 폭행이라 느끼면 그게 폭행”이라며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선수가 겪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승현의 주장에 의하면 문제의 장면은 신태용 전 감독 부임 직후 선수단 첫 대면 자리에서 발생했다. 당시 신태용 전 감독이 정승현의 뺨을 손바닥으로 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이후 온라인에 확산했고, 영상 속 동작을 두고 ‘단순한 장난’으로 보는 시각과 ‘애정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신태용 전 감독은 공개 석상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1일 2025시즌 K리그 대상 시상식 현장에서 “폭행은 아니었다”며 “정승현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함께한 가장 아꼈던 제자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표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폭행이나 폭언이 있었다면 앞으로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은 단일 장면을 넘어 추가 의혹으로 확산했다. 정승현은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라 느낄 만한 일이 많았다”고 주장했고, 선수 귀에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8월 말 신태용 전 감독에게 주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은 결국 협회의 개입으로 이어졌다. 협회는 울산에 공문을 보내 신태용 전 감독 관련 폭행 의혹과 구단이 파악한 사실관계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협회는 “현재 단계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며 징계 절차 개시 여부는 추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이번 사안 역시 가해자의 의도보다는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 여부가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영 박은정(38) 변호사는 16일 본지에 “형법상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인지가 판단 기준”이라며 “가해자의 애정 표현 주장이나 피해자의 주관적 인식만으로 단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형력의 행사로 보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가해자의 ‘애정 표현’ 주장이나 상대방의 폭행 인식은 당사자들의 주장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감독과 선수처럼 지휘, 복종 관계가 존재할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박은정 변호사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선수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 존재는 폭행 판단의 기준은 아니지만, 당시 상황과 유형력의 정도를 파악하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박은정 변호사는 “공식 미팅 자리에서의 신체 접촉이 영상으로 남아 있더라도 촬영 여부 자체가 판단 기준은 아니며, 인위적인 편집이 없다는 전제하에 유형력의 정도와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5시즌 울산은 리그 9위에 그치며 한 시즌 두 차례 감독 교체라는 후폭풍을 겪었다. 시즌은 끝났지만 논란은 정리되지 않았다. 폭행과 애정 표현의 경계,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권력관계, 그리고 한국 축구의 인권 감수성까지 맞닿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진실 공방을 넘어 제도와 문화 전반을 되짚는 계기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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