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공격형 윙백 카드가 갑자기 두 장이나 생겼다. 문제는 시점이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독일 청소년 대표를 거쳐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택한 옌스 카스트로프는 이번 시즌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로 이적하면서 독일 1부에 처음 입성했는데, 분데스리가 14라운드까지 9경기 선발로 뛰며 출장시간 자체는 순조롭게 확보했다. 눈에 띄는 건 무려 6개 포지션을 오간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 카스트로프의 기존 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는 고작 1경기 소화했다. 나머지 경기는 왼쪽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오른쪽 미드필더, 오른쪽 수비수 등 다양한 위치에서 소화했다.
특히 오른쪽에서는 공격부터 수비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다가, 최근 2경기에서 연속으로 오른쪽 윙백을 맡으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은 듯 보인다. 묀헨글라드바흐는 3-4-2-1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라이트백이었던 조 스캘리를 오른쪽 스토퍼로 배치하고, 카스트로프를 오른쪽 윙백에 두는 조합이 자리 잡았다.
윙백이 된 카스트로프는 마인츠05를 상대한 경기에서 축구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 평점이 팀내 1위인 7.7점이었다. 91분간 슛 4회, 키 패스 2회, 드리블 성공 2회, 공중볼 획득 2회, 태클 성공 4회(최다),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4회를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눈에 띄었다. 이어진 볼프스부르크전은 팀 전체가 부진했기 때문에 카스트로프의 기록도 좋지 않았지만 아무튼 윙백 자리에서 연속 선발 출장했다.
소속팀 포메이션이 3-4-2-1로 바뀌면서 윙백을 맡게 된 선수로는 양현준도 있다. 셀틱에서 좌우 윙어로 뛰곤 했던 양현준은 윌프리드 낭시 감독 부임 후 스리백이 도입되면서 윙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현준은 낭시 감독 부임 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모두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장했고, 비교적 비중이 낮은 컵대회에서는 결장했다.
비록 낭시 감독의 부임 첫 경기였던 하츠전에서 팀은 패배했지만 양현준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했다. 평점 팀내 2위인 7.3점ㅇ었다. 슛 2회, 키패스 1회, 드리블 성공 2회, 공중볼 획득 2회, 태클 성공 4회(팀내 2위), 가로채기 4회(경기 1위)를 기록했다. 이어진 유로파리그 AS로마전에서 62분간 슛 1회, 드리블 성공 1회, 태클 1회,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1회를 기록했다.
윙어 출신 윙백인 양현준이 공격력을 보여준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수비 관련 지표다. 적극적인 공 탈취와 가로채기 시도가 여러 번 성공했다.
이로써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대표 윙백이 갑자기 4명으로 늘었다. 지난 시즌만 해도 츠르베나즈베즈다의 설영우 정도였는데, 이번 시즌 이태석이 아우스트리아빈으로 이적한 데 이어 카스트로프와 양현준이 포지션을 변경했다.
윙어 출신 윙백은 홍 감독이 스리백 도입 후 한동안 찾아 헤맸던 선수다. 일본이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미토마 가오루, 이토 준야 등 윙어를 윙백 자리에 배치하는 변칙 전략으로 큰 효과를 봤다. 홍 감독도 올해 하반기 스리백을 테스트하면서 황희찬, 문선민, 모재현, 정상빈 등 윙어들을 윙백 자리에 실험했다. 이 중 누구도 답이 되지 못했다.
양현준과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3-4-2-1 대형을 소화하면서 이때 윙백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장기간 조련받고 있다. ‘공격형 윙백’이라는 홍 감독의 구상에 잘 맞는 선수가 이제야 등장한 것이다.
다만 새로운 포지션 적응 실험을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홍 감독에게 남은 평가전은 내년 3월 단 두 경기뿐이다. 홍 감독은 옥석 고르기를 거의 마치고 3월에는 담금질을 주로 진행하려 했다. 갑자기 양현준과 카스트로프의 윙백 카드를 집중 실험하는 건 기존에 만들어 놓은 로드맵에 맞지 않느다. 그렇다고 해서 홍 감독의 구상에 맞는 선수가 이제야 나왔는데 테스트를 안 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론상 유럽파 윙백 네 명은 각자 개성도 다르다. 카스트로프는 전투적이고 중원에 힘을 더해 줄 수 있으며, 양현준은 공격력이 탁월해 선발 뿐 아니라 조커 기용이 가능하다. 이들이 윙백으로 합류하면 설영우가 왼쪽으로 이동해 역발 윙백이라는 옵션을 늘려 줄 수 있다.
물론 기존의 국내파 윙백 이명재, 김문환도 여전히 훌륭한 대표팀 옵션이다. 확실한 건 홍 감독의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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