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비행소년, 고난 극복하고 베이징·서울대 거쳐 교수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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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비행소년, 고난 극복하고 베이징·서울대 거쳐 교수로 우뚝

연합뉴스 2025-12-16 15:24: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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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동포 청년,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적 연결자"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해 전 세계 차세대 동포 네트워크 활성화할 것"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황명호 교수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황명호 교수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2025 재외동포 초청 장학생 교류 행사'에 참석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한 황명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2025. 12. 14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조선족의 정체성은 마치 부모가 이혼한 뒤 시집살이하는 며느리와도 같습니다. 생물학적 뿌리는 한국에 있지만 살아온 집은 중국이죠.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나'를 어떻게 세우느냐입니다."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 주최로 지난 14일 열린 '2025 재외동포 초청 장학생 교류 행사'에 참석한 황명호(47)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걸어온 삶과 연구를 바탕으로 동포 청년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1977년 중국 헤이룽장성 목단강에서 태어난 그는 7세 때 부모의 이혼을 겪었고, 초등학교 내내 다섯 번의 전학을 다니며 비행 소년으로 방황했다. 중학교 시절 외삼촌 댁에 맡겨진 뒤 친구 아버지의 도움으로 독서를 통해 비로소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에게 목단강조선족중학교 옆 조선민족출판사 문화회관 도서관은 사실상 두 번째 학교였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카네기,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과 심리학 서적 등 다양한 책은 그의 사유를 열어주었다.

후배 재외동포 장학생들과 토론하는 황명호 교수 후배 재외동포 장학생들과 토론하는 황명호 교수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025 재외동포 초청 장학생 교류 행사'에 참석해 후배 재외동포 장학생들과 토론하는 황명호(왼쪽서 2번째) 교수. 2025. 12. 14 .phyeonsoo@yna.co.kr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공부에 매달린 황 교수는 베이징대에 합격해 마케팅을 전공했다. 그는 3학년 때 받은 장학금을 조선족 사회에 기부했고, 졸업 후 학자의 길을 택했다. 재외동포재단(현 재외동포협력센터) 장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유학을 결심한 것이다.

서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건국대와 경희대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 한중FTA연구센터장을 맡아 양국 교류 확대에 기여했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 병환 중인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다시 한국에 들어왔고,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황 교수는 2019년 삶을 예술로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창조적으로 재정의하는 태도를 제시한 영어판 'The Art of Life'(삶의 예술)에 이어, 2023년 한국어판 '코끼리 M의 이야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아서'를 펴냈다. 손자병법의 13장 구성을 모티브로 도덕경과 성경을 결합해 13가지 인생 질문을 풀어냈다. 앞서 2011년 조선족 3세대 11명과 함께 솔직담백한 한국 정착 스토리를 엮어낸 '조선족 3세들의 서울이야기'를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영자 독서모임 MBS'를 이끌고 있는 황명호 주임교수 '경영자 독서모임 MBS'를 이끌고 있는 황명호 주임교수

(서울=연합뉴스) 국내 최대규모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경영자 독서모임 MBS'를 이끌고 있는 황명호 주임교수. [본인 제공]

그의 핵심 철학은 '종횡생의'(縱橫生意)로 요약된다. 종(縱)은 의미 있는 '일'을 세로축으로, 횡(橫)은 좋은 '관계'를 가로축으로 확장하며, 생의(生意)는 인생의 의미를 '창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오늘을 일생처럼, 순간을 영원처럼 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톨스토이가 말한 '가장 중요한 시간·사람·일'의 질문을 삶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교수는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해 "한국이라는 친정에서 태어나 중국이라는 시집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며 "어느 쪽을 응원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조선족을 타자(他者)로 보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길은 '정체성 논쟁'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체성은 '내가 맺는 관계'와 '내가 하는 일'에서 결정된다"며 "의미 있는 관계와 일을 만들면 정체성은 자연스레 확립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인공지능, 기후위기, 지정학 갈등 등 인류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설명하며 "기존의 '수직적 나무 구조'에서 '네트워크 구조'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포 청년들이 이 전환의 핵심적인 연결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조선족 3세 11명과 함께 펴낸 '조선족 3세들의 서울 이야기' 표지 조선족 3세 11명과 함께 펴낸 '조선족 3세들의 서울 이야기' 표지

[백산서당 제공]

"여러 나라에서 깊이 뿌리내린 동포들은 다양한 문화와 지식을 연결하는 글로벌 허브입니다. 분산된 지식 클러스터를 잇는 브리지로서 인류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하는 동포 청년들에게 "정체성에 매몰되면 시야가 좁아진다"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에서 출발하라"고 조언했다. 그 질문이 결국 더 자유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다.

황 교수는 앞으로 "AI·경영·교육 역량을 기반으로 동북아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 세계 차세대 동포 네트워크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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