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유동성 지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광의통화(M2)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유동성 확대가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5년 10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10월 M2(평잔 기준)는 전월 대비 0.9% 증가해 4,471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8.7%로, 9월(8.5%)보다 소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협의통화(M1)는 전월 대비 0.2%, 금융기관유동성(Lf)은 0.6%, 광의유동성(L)은 0.6% 각각 증가했다.
금융상품별로는 수익증권이 31조5천억원 늘며 M2 증가를 주도했고, 2년 미만 정기예·적금도 9조4천억원 증가했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24조1천억원), 기타금융기관(+20조4천억원), 기업(+2조5천억원) 등 전 부문에서 유동성이 늘어났다.
한은은 이러한 유동성 증가 배경으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민간신용에 반영된 점과 함께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 유입,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꼽았다. 다만, 증가 속도 자체는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해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박성진 한국은행 시장총괄팀장은 최근 한은 블로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M2 증가율은 장기 평균(7.4%)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2014년이나 2019년 금리 인하기에 비해서는 오히려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금리 인하기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4년(10.5%)과 2019년(10.8%)보다 상당 폭 낮다.
특히 최근 M2 증가에는 주식시장 자금의 이동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주가 상승 국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뒤, 매도 자금 일부가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으로 유입되면서 M2 증가세를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규 대출에 따른 유동성 확대라기보다 기존 자금의 ‘구성 변화’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유동성 증가를 수도권 집값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단순 연결하는 시각에도 거리를 뒀다. 수도권 주택가격의 경우 공급 부족 우려와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한 수요 쏠림, 서울 핵심지의 현금 구매 비중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과거부터 누적된 유동성이 수익을 좇아 일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환율과 관련해서도 한은은 유동성보다는 외환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는 1,171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수출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의 약 3분의 2가 국내 외환 수급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자산가격과 환율 상승을 유동성 증가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시중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투자자 신뢰 제고 등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