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운이 좋았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난 것이 기적이죠."
영화 '파묘'(2024)로 1000만 배우에 등극,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데뷔 이후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흥행을 이끌고,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는데도 그는 겸손했다. "연기 정말 잘 한다" "어느덧 후배들에게 담고 싶은 배우가 됐다"며 칭찬하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계속해서 "작품이 좋았던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넷플릭스 화제작 '자백의 대가'에서 또 한 번 압도적인 연기 열연을 펼치며 전세계 시청자에 존재감을 뿜어낸 배우 김고은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고은을 만났다. '자백의 대가'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백의 대가'는 남편 살해 용의자가 된 '윤수'(전도연)와 끔찍한 살인 사건을 저질러 희대의 마녀로 불리는 '모은'(김고은)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고은은 막다른 길에 몰린 '윤수'에게 자백을 제안하는 '모은'을 연기했다.
이날 김고은은 "'모은'은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결의 캐릭터였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고은은 "시청자들이 볼 때 '모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말이 많은 인물이 아니어서 눈으로 이야기 하려고 했고, 표정을 섬세하게 쓰려고 했다. 표현이 더 될 것 같으면 줄이는 등 조절해 갔다. 대사 톤부터 표정 연기까지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그려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김고은은 "'모은'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감정 과부하가 왔을 때 터질 듯이 고장 날 수 있을까 상상했다. 그런 모습의 '모은'이 담기길 바라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김고은은 '자백의 대가'에서 파격적인 까까머리로 등장했다. 그는 "현장에서 많은 분이 귀여워 해주셨다"라며 "살도 뺐다. '모은'이 통통해 보이면 몰입이 안 될 것 같더라. 평소에 잘 붓는 스타일이라 붓지 않게 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데뷔작 '은교' 때를 회상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보면 인물의 외형부터 떠올리는 편이다. '은교' 때 처음에는 긴머리로 오디션을 봤는데, 촬영 전에 단발 머리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에게 어쩌면 도발일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고은은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보여 드리면서 어떤 분위기인지 설명 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데뷔도 안 한 상태에서 얼마나 웃겼을까 싶다. 그런데도 받아주시더라. 감독님이 참 대단하신 거다"라며 웃었다.
특히 '자백의 대가'는 세대를 잇는 최고 배우 전도연과 김고은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건 2015년 개봉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이다.
김고은은 "전도연 선배와 둘이 붙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쉽다"라며 "'호송차'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정으로 호흡을 맞췄다는 느낌이 들면서 찌릿찌릿 했다"고 말했다.
또 김고은은 "촬영할 때마다 '와 신난다는 감정이 생기진 않는다. 어느 순간 '짜릿'한 감정과 잘 했다고 느껴지는 장면과 호흡이 있다. 그런 느낌을 받는 순간이 오면 '배우하길 잘했다'라는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고은은 "'협녀' 때도 그랬는데 이번 '자백의 대가'에서도 전도연 선배는 몸을 사리지 않으셨다. 지켜볼 때 다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한데 몸을 아끼지 않으시더라. 요령을 안 피우고 액션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셨다. 선배의 마인드, 현장에서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돼야지'라고 마음먹었다"며 웃었다.
김고은은 "선배가 그리 열심히 하는데 내가 무슨 요령을 피우겠나. 그런 시너지이지 않을까 싶다. 선배가 보여주니까 나 또한 정공법으로 임하면서 호흡이 잘 맞은 것 같다"고 했다.
김고은은 지난 2년 동안 영화 '파묘' '대도시의 사랑법'에 이어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까지 히트작에 잇따라 출연하며 여우주연상 등을 휩쓴 것과 관련해 "운이 좋았다" "기적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연기를 열심히 하고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해도 못 알아볼 때가 있고, 인정 못 받을 때도 있다. 모든 박자가 들어맞아야 칭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난 것이 기적이다. 배우 인생에 이런 시기가 또 올까 싶다"라며 겸손해 했다.
이어 김고은은 "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자부할 수 있다. 부족해서 더 했고, 늘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할거다. 잘 안 되는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작품이나 캐릭터 해석을 잘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치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2012년 '은교'로 데뷔한 이후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는 "작게라도 변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기시감이 들 수 있어 배우에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라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고 명확하게 말씀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새로운 얼굴이 나올 수 있다면, 신이 나서 연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고은'을 닮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끝지 "내가 뭐라고 조언을 하나"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배우는 모두와 함께하는 직업이다. 그점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데뷔한 지 13년이 흘렀다. 김고은은 "인물이나 작품을 연구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요즘은 아이패드라 못하지만 예전에는 열 받아서 책(대본)을 집어던진 적도 많다"라며 "20대 때 너무 힘이 들어가서 실패한 적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은 비우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고은은 마지막까지 "운이 좋았다"며 자신을 낮추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김고은은 내년 공개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시즌 3'로 시청자를 만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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