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수리남 축구계가 사상 첫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해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이다.
수리남은 현재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다. 본선에 가려면 내년 3월 두 경기를 잡아내야 한다. 먼저 3월 26일(이하 현지시간) 볼리비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2조 준결승을 갖는다. 여기서 승리하면 부전승으로 결승에 가 있는 이라크와 31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수리남은 월드컵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나라다. 하지만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과거 때문에 축구 강호 네덜란드에 수리남 혈통 선수들이 많고, 이들이 하나 둘 합류하면서 강해졌다. 지난 2021년 36년 만에 북중미 골드컵 본선에 올라 대회 통산 첫승을 따냈고, 올해 골드컵도 본선까지 갔다. 그 기세를 몰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도 선전하며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선수단 절대다수가 유럽파인 수리남이 추가 ‘영입’을 노리고 있다.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 출신 수비수 다닐료 두키다. 독일 우니온베를린의 주전 센터백인 두키는 ‘골 넣는 수비수’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시즌은 분데스리가 14경기에 출장해 무려 4골을 넣으면서 분데스리가 수비수 중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그 중에는 최강팀 바이에른뮌헨을 상대로 멀티골을 달성해 2-2 무승부를 이끈 경기도 포함돼 있다. 수비력과 득점력을 겸비한 두키가 합류한다면 수리남 전력은 엄청나게 강해진다.
두키가 네덜란드가 아닌 수리남 대표로 뛰고 싶다며 FIFA에 공식적으로 신청한지 1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FIFA는 두키의 ‘스포츠 국적’ 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뛴 이력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통 청소년 대표 경력은 대표팀을 옮기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심지어 A대표팀에서도 평가전만 소화했다면 바꿀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옌스 카스트로프의 경우 독일 청소년 대표를 두루 거쳤지만 대한민국 A대표팀에 합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두키의 스포츠 국적 변경이 반려된 건 예상 밖이다. 두키는 과거 인터뷰에서 “정확히 왜 무산됐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 속에 간직한 수리남을 위해 꼭 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수리남은 법률 자문을 받은 끝에 FIFA보다 상위 기관인 스포츠 중재 재판소(CAS)에 이의를 신청했다. 수리남 축구협회에 따르면 CAS는 내년 1월 둘째 주에 두키 사안을 다룬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수리남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에 두키의 거취가 결정돼야 한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는 매우 어려운 단계다. 분데스리가 주전 센터백이 합류해 준다면 본선행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두키에게 2026년는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참가 가능성이 생겼을 뿐 아니라, 우니온과 계약이 내년 여름 만료되기 때문에 이적 가능성도 매우 높다. 계약을 마치고 자유계약 대상자(FA) 신분으로 새 팀에 입단할 수도 있으며, 수비수 영입이 급한 구단에서 1월에 채갈 수도 있다.
사진= 우니온베를린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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