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마디 더봄] 데드블레이 - 천 년 전에 죽은 나무가 팔을 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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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마디 더봄] 데드블레이 - 천 년 전에 죽은 나무가 팔을 뻗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2025-12-16 13:00:00 신고

천 년 전에 죽은 나무가 팔을 뻗고 있는 데드블레이 /사진=윤마디 madimadi-e@naver.com
천 년 전에 죽은 나무가 팔을 뻗고 있는 데드블레이 /사진=윤마디 madimadi-e@naver.com

천 년 전에 죽은 나무가 팔을 뻗고 있다.

2017년 6월 29일 / 소수스블레이(Sossusvlei), 데드블레이(Deadvlei) / 태양은 뜨겁지만 바람이 차갑고 건조하다

현지 언어로 소수스블레이의 '소수스'는 '물이 고이는 곳', '블레이'는 '계곡'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천 년 전에 호수였다고 하는 이곳은 모래 산으로 둘러싸인 둥그런 분지다. 단단하게 굳은 진흙층과 그 진흙에 뿌리박은 채로 고사한 나무들이 오래전 습지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곳에서는 아무 바람도 불지 않는다.

정말 아무 바람도 불지 않아서 아주 멀리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 위에 있는 점이 내 친구들 세 명인데, 저 친구들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 지르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하는 정도의 데시벨인데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 소리가 들린다.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드문드문 목소리가 들리고 깔깔 웃는 소리도 다 들린다. 모래가 쓸리는 소리, 바닥의 흙이 부서지는 소리. 오로지 시간과 빛과 공기로 둘러싸인 텅 빈 공간.

도마뱀이 하나 나타났는지 외국 아이들이 쫓아다니며 놀았다. 야생동물은 경계심이 많아 사람이 먼발치에서 느껴지기만 해도 숨어버리니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발자국을 남긴다. 모래 위를 걷다 보면 뱀이 지나간 자리, 굽이 갈라진 초식동물의 발자국, 여우라고 믿고 싶은 작은 육식동물의 발자국, 다리가 많이 달린 곤충의 발자국도 곧잘 보였다.

텅 빈 고요한 공간에는 홀로 걸어가기만 해도 발자국이 남는다. 둘이 속삭이는 소리도 저 멀리까지 퍼진다. 

마음이 고요하면 누구든 들어왔다가 다시 나갈 수 있다. 그들이 왔다가 간 것을 다 느낄 수 있지만 들어오거나 나간다고 해서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 오든 나가든 나는 고요한 것이다. 그런 사람을 누군가는 쉽게 보고 이용하려고 들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사막처럼 고요한 사람들은 바람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면 다른 이들이 남긴 자국들을 흔적도 없이 덮을 수 있다.

그날의 일기장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그날의 일기장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소수스블레이를 나가는데 모래밭을 울컥울컥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내려보니까 바퀴 한 짝이 모래에 빠져 있었다. 네 명이 달려들어 두더지처럼 모래를 최대한 파낸 뒤 한 명이 핸들을 잡고 나머지 세 명이 뒤에서 차를 밀었지만, 꿈쩍도 안 했다. 미끄러지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끙끙거리며 미는데 10분 정도 됐을 때 한 가이드 차가 지나갔다. 덩치 아저씨가 창문을 찍 내리더니, 

"하우 머치????"

하이!도 아니고 하우머치. 첫 마디가···.

아저씨가 우리 차에 올라타 화려하게 핸들을 휘감더니 3분 만에 차를 모래밭에서 빼줬다. 돈 달라는 걸 차 안에서 지갑 찾는 척하면서 큰 지폐는 잽싸게 가방 안으로 빼놓은 다음 지갑 가지고 나와서 안에 보여주며 우리 현금 이거밖에 없어서 다 못 준다고 하며 1만원 정도 되는 돈을 줬다. 양아치스러운가 싶었지만, 공짜를 바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난 총무라 돈을 아껴야 하니까!!

나미비아 렌터카 여행은 굳이 처음부터 사륜차를 빌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사륜차 렌트비가 제일 비싸기 때문! 그냥 튼튼한 SUV 빌려서 달리고, 소서스블레이처럼 사륜차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는 내 차는 주차장에 대고, 유료 투어를 해서 관광용 지프차를 타고 가는 게 오히려 렌트비 절약 방법이다.

그렇다고 소형차를 타면 위험한 것이, 달리는 동안 사막 바람이 사방에서 엄청나게 때려대고, 뻥 뚫린 도로에 나 혼자 달리다 보면 속도감이 사라져 150~170km를 밟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그러나 나미비아는 중심도로를 벗어나면 포장 상태는 정돈된 돌길 정도? 잘 깔린 도로에서 밟던 습관이 돌길에서도 쉽게 죽지 않는다. 그렇게 정신 놓고 과속하다가 돌을 밟고 튕기면 차가 뒤집어진다···. 우리 차도 그렇게 휘청한 적이 있는데 천국 문턱을 밟고 돌아왔다···.

듄45 - 데드블레이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듄45 - 데드블레이 /일러스트 윤마디 madimadi-e@naver.com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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