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통곡의 벽'은 단연 결제 인프라와 복잡한 현지 규제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가 조성한 서울핀테크랩이 글로벌 '공룡' 핀테크 기업 에어월렉스(Airwallex)와 손을 잡고 진행한 기술 협력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단순한 업무협약(MOU)이나 네트워킹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동 논의까지 진전된 점이 눈에 띈다.
서울핀테크랩은 글로벌 결제 플랫폼 에어월렉스와 공동 진행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내 최대 핀테크 인큐베이팅 센터인 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겪는 금융 운영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적 해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에어월렉스는 전 세계 20만 개 이상 기업이 사용하는 결제 및 금융 플랫폼이다. 해외 송금, 외환(FX) 거래, 다중통화 계좌 발급 등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금융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협업은 서울핀테크랩 입주사 및 멤버십 기업들이 에어월렉스의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진행된 활동은 철저히 '실무' 중심이었다. 에어월렉스 소속 글로벌 결제 전문가들과 스타트업 실무진이 머리를 맞댄 1:1 기술 상담이 주를 이뤘다.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다른 타깃 국가(미국, 동남아, 유럽 등)의 규제 환경과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요건을 점검받았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일부 기업이 에어월렉스와 'API 기반 글로벌 결제 실증(PoC)' 단계 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술 소개 수준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실제 프로덕트 연계 가능성과 기술 적합성을 따져보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각 참여사는 크로스보더 결제 최적화 모델을 수립하고 맞춤형 해외 진출 로드맵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두고 스타트업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글로벌 결제망 구축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할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김진호 서울핀테크랩 센터장은 "해외 결제 시스템 구축은 스타트업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자 가장 큰 허들"이라며 "에어월렉스와의 협업은 이론적 조언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적 도움을 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놀드 챈(Arnold Chan) 에어월렉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역시 "해외 결제 확장은 스타트업에게 장벽인 동시에 성장의 핵심 열쇠"라면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혁신 기업들과의 접점을 계속 넓혀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핀테크랩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 일본 등 주요 글로벌 핀테크 허브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에 논의된 PoC와 기술 협력이 실제 상용 서비스 출시와 매출 증대로 이어질지는 각 스타트업의 후속 개발 역량과 현지화 전략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적 토대는 마련됐으나,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얼마나 정교하게 이식하느냐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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