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흔히 겪는 불편 중 하나가 설탕이 돌처럼 굳어버리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설탕이 습기를 먹어 굳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원인은 반대다. 설탕이 딱딱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분이 부족해지는 ‘건조’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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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제조 과정에서 소량의 수분을 머금고 있다. 이 수분은 설탕 알갱이 사이를 느슨하게 연결해 부드럽고 흩어지는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보관 용기의 밀폐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건조한 실내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알갱이 속 수분이 증발한다. 수분을 잃은 설탕 입자들은 서로 단단히 달라붙어 결정 구조를 형성하며 딱딱한 덩어리로 변한다. 특히 흑설탕이나 황설탕은 백설탕보다 수분 함량이 높고 당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굳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 때문에 굳은 설탕을 다시 풀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적절한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굳은 설탕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사과 껍질이 자주 언급된다. 이는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니라 수분 이동 원리에 기반한 방식이다. 사과는 전체의 약 8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껍질 역시 상당한 수분을 머금고 있다.
밀폐된 설탕 용기 안에 사과 껍질을 함께 넣으면, 껍질 속 수분이 서서히 증발해 용기 내부의 습도를 높인다. 이때 발생한 수증기는 건조해진 설탕 알갱이 표면에 흡수되며, 알갱이 사이의 결합을 느슨하게 만든다. 물을 직접 뿌리는 방식과 달리 설탕이 녹지 않고, 자연스럽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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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밀폐 가능한 용기와 사과 껍질만 있으면 충분하다. 깨끗이 씻은 사과 껍질 2~3조각을 준비해 설탕이 담긴 용기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이 상태로 실온에서 12시간에서 하루 정도 두면 설탕 덩어리가 점차 부드러워진다. 하루 뒤 설탕이 풀어졌다면 사과 껍질은 바로 꺼내 버리는 것이 좋다. 껍질을 오래 두면 부패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사과 껍질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설탕이 녹을 수 있으므로, 겉면의 물기는 제거한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같은 원리로 식빵 한 조각이나 마시멜로를 설탕통에 넣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식빵은 내부 수분을 천천히 내보내고, 마시멜로는 습도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성질이 있어 설탕 상태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이들 역시 오래 방치하면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설탕이 풀리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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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 테라코타 재질의 점토 조각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에 적셨다 완전히 말린 테라코타 조각은 수분을 천천히 방출해 설탕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실제로 설탕 보관 전용 용품으로도 사용되는 방식이다.
사과 껍질은 굳은 설탕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냉장고나 밀폐 용기의 냄새를 줄이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어 주방에서 재활용 가치가 높다. 버려지기 쉬운 재료 하나로 보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살림 팁으로 꼽힌다.
설탕이 굳었다고 바로 버리기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다시 활용해보는 것도 주방 관리의 한 방법이다. 작은 습도 조절만으로도 설탕의 상태는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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