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 추징 범위가 확정되자, 민간업자들이 동결된 재산을 풀어달라며 법원에 몰수·추징보전 해제를 요청했다. 항소 포기 이후 형사 절차상 추징 한계가 명확해지자, 재산 동결 조치의 유지 여부를 다투는 절차에 직접 나선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은 이달 초 법원에 몰수보전 및 추징보전 취소를 구하는 청구를 연이어 제기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동결해 둔 재산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앞서 김씨 등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며 약 2000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몰수 또는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피고인별로는 김만배씨 1250억원, 남욱 변호사 514억원, 정영학 회계사 256억원 등이다. 이는 유죄 확정 시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미리 재산을 동결해 둔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달 1심 선고에서 법원은 김씨에게 428억원의 추징금만을 선고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최종 피해액은 일정 부분 추산할 수 있지만, 배임 범죄가 성립한 시점의 구체적인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검찰이 당초 전제로 삼았던 추징 규모와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돼, 상급심에서 사정 변경이 있더라도 김씨에게 428억원을 초과하는 추징은 불가능해졌다. 항소 포기로 추징 범위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기존 추징보전 조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간업자 측은 추징보전의 전제가 됐던 범죄 수익 규모가 축소·확정된 만큼, 재산 동결을 유지할 법적 근거가 약화됐다고 보고 해제 청구에 나섰다. 형사 절차상 환수 범위가 좁아진 이상, 동결 조치 역시 그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검찰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김씨의 추징금 상당액만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추징보전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미 선고된 추징금 범위를 넘어서는 동결 조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해당 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한편 성남시는 형사 절차와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업자 재산에 대한 가압류에 나섰다. 법원은 일부 가압류 신청을 인용하거나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허용했으나, 추징보전 대상 재산 전부를 묶어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징보전 해제 청구가 인용될 경우 현재 동결돼 있는 김씨 등의 재산은 처분이 가능해진다. 다만 민사 절차에서는 형사 판결과 달리 성남시가 배임 피해액과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항소 포기 이후 형사 절차의 역할이 축소된 만큼, 향후 분쟁의 중심이 민사 재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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