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민 다수가 계정 도용과 피싱 등 2차 피해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안감에 비해 실제 비밀번호 변경 등 대응 행동은 미흡해, 개인정보 관리 인식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텔스솔루션은 16일 엠브레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최근 3개월 내 온라인 쇼핑 이용 경험이 있고, 주 이용 사이트가 2곳 이상인 사용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6.9%)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계정 도용·피싱·스팸 등 의심 사례가 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가장 우려하는 2차 피해 유형은 ‘계정 도용 및 금전 피해’(64.6%)였으며, 보이스피싱·스미싱(26.2%), 스팸·사칭(9.2%)이 뒤를 이었다.
불안감은 크지만 대응은 제한적이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소식을 접한 뒤에도 응답자의 28.4%는 비밀번호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고, 모든 쇼핑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변경한 경우는 5.1%에 그쳤다. 심리적 반응 역시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64.1%로 가장 많았고,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섰다는 응답은 29.7%에 불과했다.
이 같은 괴리는 다수의 이용자가 여러 플랫폼에서 동일한 계정 정보를 사용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75%는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 간편결제 비밀번호를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사용한다고 답했다.
아이디의 경우 ‘대부분 동일하고 일부만 다르다’는 응답이 62.9%, ‘모든 사이트에서 동일하다’는 응답이 30.1%에 달했다. 사실상 국민 10명 중 9명이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아이디를 사용하는 셈이다. 모든 사이트에서 서로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는 비율은 1.5%에 그쳤다.
로그인 비밀번호 역시 ‘대부분 동일’(65.5%)과 ‘완전히 동일’(16.7%)을 합치면 80%를 넘는다. 특히 6자리 숫자를 사용하는 간편결제 비밀번호는 ‘모두 동일’(39.3%), ‘대부분 동일’(47.3%) 응답을 합쳐 90%에 육박했다.
응답자의 60%는 온라인 쇼핑 결제 수단으로 간편결제를 가장 자주 이용, 절반 이상은 주 1회 이상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정 정보가 유출될 경우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왕효근 스텔스솔루션 대표는 “국민 다수가 2차 피해 가능성을 체감하면서도 실제 보안 행동은 따르지 않는 ‘보안 둔감’ 상태에 놓여 있다”며 “비밀번호 재사용 관행이 지속되는 한 대규모 유출 사고는 곧 연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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