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마르코가 레드불 레이싱 고문직에서 물러난 뒤 전 팀 대표 크리스티안 호너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팀 내부 갈등의 전말을 공개했다. 특히 자신의 퇴진을 ‘자의적 결정’으로 표현한 레드불 레이싱의 공식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모터스포츠 매체들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일간지 '데 림부르허(De Limburger)'가 공개한 마르코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마르코는 2005년 레드불 레이싱의 F1 데뷔와 함께 팀 핵심 인물로 활동해 왔다. 그가 총괄한 레드불 주니어 프로그램에서는 총 20명의 F1 드라이버가 배출됐고, 제바스티안 베텔과 막스 페르스타펜은 각각 네 차례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레드불 레이싱은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드라이버 챔피언십 8회,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6회, 통산 130승을 기록하며 F1 최강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토로 로쏘, 알파타우리, 레이싱 불스를 잇는 장기적인 레이싱 시스템 구축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창업자 디트리히 마테시츠 사망 이후, 레드불 그룹 내부의 권력 구도 변화와 함께 팀 수뇌부 갈등이 본격화됐다. 마테시츠의 딸 마틸다 마테시츠와 스포츠 부문 총괄 올리버 민츠라프 CEO 간의 경영 이견, 그리고 팀 내부 권력 다툼이 이어졌고 그 여파로 2024년 시즌 중반 애드리안 뉴이가 팀을 떠났다. 성적 하락이 이어진 끝에 크리스티안 호너 역시 2025년 시즌 도중 전격 경질됐다.
마르코는 호너와의 관계를 회상하며 “레드불 창단 당시 F3000 시절부터 알고 지낸 호너를 팀 대표로 추천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고 밝히면서도, “원칙적으로 결정권은 항상 오스트리아(레드불 본사)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갈등의 분기점으로는 2022년을 지목했다. 마르코는 “오스트리아 그랑프리를 앞두고 열린 파티에서 호너가 ‘디디(마테시츠)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그 순간부터 그는 태국 공동 소유주 찰렘 유비디아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테시츠가 세상을 떠난 뒤 호너는 유비디아의 지원을 받아 팀을 장악하려 했고, 나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해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덧붙였다.
마르코는 호너와 함께한 마지막 몇 년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며 각종 논란의 배후로 호너를 지목했다. 셀지오 페레스 재직 당시 불거졌던 ‘멕시코 드라이버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조작된 이야기”라며 “아마도 ‘그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2024년 엔진 개발 지연과 포드와의 파트너십 관련 소문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를 이용해 나를 정직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호너의 경질 배경에 대해 “점점 더 자주 그의 거짓말이 드러났고, 유비디아 역시 이를 인지하자 마음을 바꿨다”며 “호너가 더 일찍 물러났다면 페르스타펜은 5연속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드불 레이싱이 발표한 ‘마르코의 자진 사임’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르코는 “그 말도 안 되는 보도자료는 읽지도 않았다”며 “단기간에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뿐”이라고 말해 자신의 퇴진이 자의가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레드불 레이싱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의 퇴진 이후에도 팀 내부의 균열과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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