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국내 의료 체계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구급대원이 일일이 전화로 병상을 확인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골든타임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적받아온 가운데, 경상남도에서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유의미한 해법을 찾아내 시선이 쏠린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상남도의 '응급의료상황실' 사례는 단순한 행정 편의를 넘어,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데이터 기반 행정의 표본으로 평가받는다.
16일 업계와 경상남도에 따르면, 경남이 도입한 '경광등 알림 시스템'의 핵심은 '직관성'과 '데이터 통합'이다. 기존에는 119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 의료진 역시 진료 중 전화를 받느라 업무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
경남은 이 과정을 자동화했다.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 보급사업을 발판으로 경남 정보통신담당관실이 기획하고, 데이터 전문 기업 디토닉과 응급의료 솔루션 기업 시큐웨어가 기술을 입혔다.
성과는 수치로 즉각 나타났다. 시스템 도입 전인 지난 4~5월 33.5%에 불과했던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응답률은 본격 가동 후인 7~8월 66.5%로 급증했다. 두 달 만에 수치가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구급대가 환자 수용을 요청하면 병원 상황실에 설치된 LED 경광등이 즉시 반응해 의료진이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
단순히 불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의 이면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디토닉의 '디닷허브(D.Hub)'가 작동한다. 서로 다른 형식을 가진 구급 출동 정보와 병원 이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표준화(온톨로지 분류)해 병원과 소방 당국에 뿌려준다.
디토닉 측은 병원별로 USB 기반 에이전트를 심어 시스템 연동의 복잡성을 낮췄다. 여기에 시큐웨어의 기술력이 더해져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서도 환자의 중증도를 빠르게 분류하고 적정 병원을 매칭하는 알고리즘이 완성됐다. 그동안 공공과 민간, 병원 간 데이터 장벽으로 인해 단절됐던 정보의 흐름을 기술로 뚫어낸 셈이다.
이번 수상은 지자체의 기획력과 민간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결과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행정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의지만 앞선 행정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경남은 해당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까지 마치며 지적재산권 확보와 표준화 준비를 끝냈다.
박태호 경남 정보통신담당관실 주무관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행정의 의지를 민간 IT 기술이 현실로 만들어낸 결과"라며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민지 디토닉 영업대표 역시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기술이 도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플랫폼의 확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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