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이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가운데, 핵심 증인인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기존 검찰 및 군사법원 진술을 대거 번복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한 달 전 윤 전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며 “나는 꼭 배신당한다”는 푸념을 했다고 증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거나 체포하라는 지시를 듣지 않았고 부하들에게도 그러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그는 변호인 측 질의에 “민간인을 총 쏘라든가, 국회의원 체포하라고 하면 어느 군인이 그것에 반응하겠느냐”며 “전혀 기억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그동안 해당 재판에서 수방사 관계자들이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거나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옆에서 들었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했다”고 증언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전 사령관은 과거 검찰 조사 및 군사법원에서의 자신의 증언에 대해 “기억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며 정정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체포’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나중에 보니 사실이 아니었으며 “TV를 보고 조사를 받다 보니 그렇게 상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총’, ‘4명이 한 명씩’, ‘문 부수고 들어가라’는 파편적인 단어들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고 진술해 지시 내용의 구체성과 수위에 대한 혼란을 더했다. 그는 매일 TV나 유튜브를 접하면서 기억이 오염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이날 증언 중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윤 전 대통령의 사적인 발언에 대한 증언이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국방부 장관 공관 모임에서 만취한 윤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푸념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나는 꼭 배신당한다”고 말하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해당 모임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에 당시 상황을 기록하며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는 표현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을 보며) ‘사람이 고립돼있으면 오해도 하고 의심도 하는구나. 대통령이면 제일 어른인데 참 인간은 같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당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모임에 참석했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해당 공관 모임에서 국회 등 병력이 출동할 구체적인 장소 언급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어 증인들 간의 진술 상이점은 향후 재판의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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