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를 이끌어갈 차기 수장의 윤곽이 16일 드러난다.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인이 이날 확정되는 가운데 '정통 KT맨'과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 전문가'들의 경합 구도가 만들어졌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3인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이 면접을 거쳐 KT는 연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고,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인해 KT의 기업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신임 대표는 위기 극복과 경영 정상화, 인공지능(AI) 사업 재시동 등 막중한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될 전망이다. 김영섭 KT 현 대표이사는 해킹 사태 등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번 공모에 불참하고 연임을 포기했다.
박 전 사장은 1992년 한국통신(KT 전신)에 입사한 이래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미래사업개발, 글로벌사업, 기업부문 등을 거치며 KT 내부 사정에 매우 밝고 조직 안정과 내부 화합을 꾀할 수 있는 '위기 수습형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기업간 거래(B2B) 사업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은 KT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B2C)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평가된다. 이는 KT가 AI 기반의 대고객 서비스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2020년과 2023년에도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고배를 마신 이력이 있다.
주 전 대표는 3인 중 유일하게 KT 경력이 전혀 없는 완전한 외부 인사다. 그는 SK텔레콤, SK C&C 등 SK그룹 ICT 계열 임원을 거쳐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로 4년간 재임했다. 이후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경기연구원장 등 공공기관 경험을 쌓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 현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을 역임하는 등 현 정권과의 연결성이 가장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정책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KT맨이 아니라는 점 외에도 가장 큰 부담은 정권과의 연관성으로 인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낙하산 인사' 우려다. KT는 과거부터 정치권 입김에 의해 대표이사가 교체되거나 선임되는 일이 잦았던 만큼 이러한 논란 가능성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다.
홍 전 대표는 통신·IT·보안·제조업을 두루 거치며 ICT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술통'으로 평가된다. 과거 KT 근무 경력(KTF 마케팅부문장 등)이 있으며, 이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삼성SDS 대표 등을 역임하며 모바일, 솔루션 등 핵심 분야를 이끌었다. 2023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SK쉴더스 대표를 맡아 보안 분야를 거치기도 했다.
잦은 이직과 더불어 KT를 떠난 지 20여년이 지나 통신업계의 급변하는 흐름에 대한 전문성에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경쟁사인 SK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했다는 점도 내부적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새로 선임될 KT 수장에게는 '소액결제 해킹 사태 수습'과 해킹 사태의 여파로 침체된 'AI 사업 재시동' 등이 핵심 당면 과제로 주어질 전망이다. 특히 신임 대표는 최근 발생한 대규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인해 땅에 떨어진 기업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보안 강화뿐 아니라,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KT의 책임 의식과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대규모 피해를 본 고객들에 대한 신속하고 투명한 보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심층 면접을 통해 후보들의 직무수행계획 발표와 프레젠테이션 등을 확인하고 KT가 직면할 난제를 해결할 1인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