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5일 오후 9시 40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김포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번 출장 성과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일하고 왔다”고 짧게 답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 회장은 약 일주일간 미국 뉴욕과 텍사스 오스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등을 오가며 테슬라, AMD, 메타, 인텔, 퀄컴, 버라이즌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연말을 앞두고 미 전역을 횡단하는 강행군을 통해 내년도 경영 전략과 AI 대전환 시대에 대비한 협력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틴은 테슬라 본사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지역으로, 인근에는 내년 본격 가동을 앞둔 테일러 파운드리 신규 공장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로부터 23조원(165억달러) 규모의 차세대 AI 칩 ‘AI6’ 생산 계약을 수주했으며, 이는 파운드리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 간 협력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리사 수 AMD CEO와도 만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최선단 공정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 ‘MI350’에 HBM3E 12단을 공급 중이며,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가속기 ‘MI450’에는 HBM4가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회동이 향후 HBM4 공급 계약과 2나노 공정 파운드리 수주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고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미주총괄(DSA) 사옥을 방문해 현장 경영도 이어갔다. 현지 조직과의 점검을 통해 미주 시장 내 반도체 사업 전략과 고객 대응 체계를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주요 빅테크 수장들과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며 AI 반도체 시대 주도권 회복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며 “출장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사업 전략이 한층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내년 초 서울 서초사옥에서 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신년 사장단 만찬을 주재할 예정이다.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열릴 가능성이 큰 이번 만찬에서 AI와 반도체를 축으로 한 삼성의 새해 경영 메시지가 제시될지 주목된다.
[뉴스로드] 홍성호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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