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못 나온다”- 김범석의 청문회 불출석, 한국을 무시한 태도...그러나 고객은 역시 쿠팡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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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못 나온다”- 김범석의 청문회 불출석, 한국을 무시한 태도...그러나 고객은 역시 쿠팡사랑

월간기후변화 2025-12-16 07:56:00 신고

쿠팡 김범석 의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유는 해외 거주, 그리고 글로벌 CEO로서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였다. 이 한 줄짜리 사유서는 그 자체로 지금 한국 사회가 느끼는 불쾌감과 분노를 정확히 건드린다. 국민이 듣고 싶은 설명은 “왜 못 나오느냐”가 아니라 “왜 책임자가 보이지 않느냐”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다. 개인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생활 패턴, 소비 기록, 주소와 연락처, 가족 구성까지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담고 있다.

 

 

▲ 쿠팡물류센터사진    

 

이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단순한 시스템 사고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나와야 할 사람은 실무자가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고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을 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은 나오지 않았다. 사과도, 설명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었다. 그 대신 국회에 전달된 것은 “해외에 있어 바쁘다”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일정 설명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향한 태도로 읽힌다. “나는 글로벌 무대에 있고, 한국은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국회가 이 사안을 강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강제구인, 고발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한 증인 불출석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국내 법과 제도의 통제를 피해갈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만약 이게 허용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의 최고 책임자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국민을 향한 도발”이라고 표현한 것도 과장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수백만 명에 달할 수 있는데, 그 피해 앞에서 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을 설득할 의지가 없다는 선언에 가깝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업 권력은 법과 여론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자유를 보장받는 대가다.

 

쿠팡의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하다.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안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자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일부 통계에서는 오히려 이용자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현상은 쿠팡이 얼마나 강력한 ‘락인 구조’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배송, 반품, 멤버십, 배달, 콘텐츠까지 생활 전반이 하나의 앱에 묶여 있다. 불편해도, 화가 나도, 당장 끊기 어렵다.

 

특히 아기가 있는 가정, 맞벌이 가정, 고령자 가정에서는 쿠팡의 즉시 배송과 반복 구매 시스템이 사실상 생활 인프라처럼 작동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문제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 빠지기 쉽다. 기업이 이 현실을 알고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것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침묵 강요와 다르지 않다.

이 지점에서 김범석 의장의 태도는 더욱 위험해진다.

 

소비자가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책임자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다. 떠나기 어려운 구조일수록, 기업은 더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의성은 곧 권력이 되고, 권력은 오만으로 변한다.

 

쿠팡이 최근 새 대표를 선임하고, 법무·준법 중심의 경영 체계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위기 관리 차원의 조치일 수는 있다. 하지만 대표 교체나 조직 개편이 최고 책임자의 설명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소비자와 국회가 묻는 대상은 “현재 대표가 누구냐”가 아니라 “누가 이 구조를 만들었고, 누가 최종 책임을 질 것인가”다.

 

글로벌 CEO라는 말은 자랑이 아니다. 글로벌 기준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책임자가 공개 석상에 서는 일이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대규모 개인정보 사고나 사회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CEO는 기자회견장과 의회 청문회에 직접 나온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한국 소비자의 일상을 재편하며, 한국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그 질문 앞에 서는 것도 당연하다.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책임 없는 초국적 기업일 뿐이다.

 

지금 쿠팡과 김범석 의장에게 필요한 것은 정교한 사유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한 장면이다. 책임자가 한국 앞에 서서 “미안하다”, “설명하겠다”, “고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한 장면이 없다면, 쿠팡은 편리한 플랫폼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권력이란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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