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얼굴이 바뀌었다.
더 크고 더 비싼 무기가 전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드론은 단순한 보조 무기가 아니라 전장의 규칙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였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주문할 수 있는 상용 드론이 개조돼 투입됐고, 이 작은 기계는 전차 상부의 가장 약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수십만 달러, 경우에 따라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와 장갑차가 수백 달러짜리 상용 드론 앞에서 무너졌다. 전쟁의 무게 중심은 ‘타격’이 아니라 ‘탐지’로 이동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먼저 보는 쪽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다.
이 전쟁에서 드론은 단순한 보조 무기가 아니라 전장의 규칙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였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주문할 수 있는 상용 드론이 개조돼 투입됐고, 이 작은 기계는 전차 상부의 가장 약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파괴된 전차와 장갑차는 2만 대에 달했고, 전통적인 전차 간 교전으로 파괴된 비율은 10%도 되지 않았다. 전쟁은 이미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 있다.
이제 질문은 명확해진다.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드론을 더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먼저 찾아내는 것’이다. 문제는 드론이 너무 작고, 너무 낮게, 너무 느리게 날아온다는 점이다.
기존 레이더는 이런 표적에 취약했다. 새와 드론을 구분하지 못하고, 수평으로 이동하는 물체는 잡아내기 어렵다. 이 틈이 전장을 바꿨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K-레이더가 등장한다. 한국이 개발한 드론 탐지 레이더는 이미 2년 전 13km 밖에서 소형 드론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이스라엘제 시스템이 실전에서 5km 안팎의 탐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능이다.
단순히 멀리 본다는 차원이 아니다. AI가 새의 날개 펄럭임과 드론의 기계적 움직임을 구분하고, AESA 레이더가 수평 이동 표적까지 안정적으로 잡아낸다. 드론 전쟁의 가장 까다로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한 기술이다.
이 기술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전략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오랫동안 ‘두 시간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돼 왔다. 첫 30분에 미사일과 방사포로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상륙과 공중 제압으로 순식간에 끝낸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가정은 단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다. 대만과 미국의 감시 자산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제다.
현실은 다르다.
대만은 상륙 가능한 해안이 극히 제한돼 있고, 그마저도 기뢰와 방어선으로 봉쇄돼 있다. 군사 시설은 지하화돼 있으며, 병력과 예비군 규모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드론과 감시 체계가 살아 있는 전장에서 상륙 작전은 군사 작전 중 가장 어려운 과제다. 중국이 이 전쟁을 쉽게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에너지와 식량 문제, 국제 제재, 무기 체계의 신뢰성 문제까지 겹쳐 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의 전략은 분명해진다. 중국의 A2AD, 즉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중국은 제1도련선을 기준으로 접근 자체를 차단하려 한다.
이에 맞서 미국은 스텔스 폭격기, 무인 함대, 무인 공중 급유 같은 새로운 전쟁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전략의 출발점은 동일하다. 상대를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하는 능력이다.
미국이 한국의 K-레이더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요격과 격추 기술에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소형 드론 탐지라는 영역에서는 한국이 한 발 앞서 있다. 탐지는 방어의 시작이자 공격의 전제다. 눈이 없으면 주먹도 쓸 수 없다. 한국의 기술은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센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은 한국의 안보 환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만 유사시 주한 미군 일부가 이동할 가능성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북한이라는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핵을 보유한 상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단순한 병력 증강이 아니다. 더 빨리 보고, 더 정확히 판단하고,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다.
군사력 세계 5위라는 숫자는 위안이 되지 않는다. 숫자와 지표는 핵과 비대칭 전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드론 전쟁의 시대에 K-레이더는 한국이 가진 몇 안 되는 명확한 ‘전략 카드’다.
지금 이 기술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 배치를 넘어 국제 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가진 채 뒤따라갈 것인가. 드론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방패도, 창도 아닌 ‘눈’이다. 한국은 그 눈을 이미 만들어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눈으로 어디까지 볼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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