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FTA 개선협상 타결…투자·비자제도 정비, K콘텐츠 확장 기반
영국은 금융·법률 韓시장 확대 기대…"7천900억 부양 효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타결된 한국·영국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과 관련해 기존 FTA엔 없던 포괄적 규범을 다수 담아 새로운 통상 협정의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 부장관과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양국 취재진과 만나 "통상 질서가 급변하고 있기에 새로운 룰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희토류나 요소수, 배터리 등 원자재 공급 혼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했고, 1976년 체결된 별도의 한영 투자보장협정을 대체하는 투자자 보호 및 투자 촉진 규범도 도입했다.
국경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온라인 소비자 보호 규범 등 디지털 신규 규범을 반영했으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미국 조지아주 사태와 같은 일을 방지하고자 영국 내 제조공장 설립 초기에 한국 기업 전문인력의 수월한 영국 입국이 가능하도록 비자 제도까지 정비했다.
여 본부장은 "과거의 FTA에선 새로운 형태의 규범들을 많이 시도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공급망 협력, 디지털 혁신, 현대적 투자 규범 등을 도입했다"며 "중견국가로서 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자 제도 정비에 대해서도 "다른 FTA에는 없는 부분으로, 우리 기업들이 영국에 들어올 때 생길 수 있는 비자 이슈를 해소하려 했다"며 "이런 것들이 (다음 통상 협상에서도) 일종의 틀, 템플릿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 타결 전반의 의미로는 "국제 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에 다자체제와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생각이 비슷한(like-minded) 국가간에 힘을 합쳐 국제질서에 기반을 둔 규칙을 지켜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K-컬처, K-콘텐츠의 영국 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한 것도 이번 개선 협상의 주요 특징이다.
여 부문장은 "K-콘텐츠에 영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부문 개방을 확대했고 시청각 공동제작협정을 체결해 양국 공동 제작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출 유망 분야인 K-뷰티, K-푸드 등의 원산지 기준도 완화했다. 영국에 대한 화장품 수출은 2019년 이후 238.6% 늘었고 지난해 영국 주요 음식배달앱에 등록된 한국음식점은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영국 정부도 이번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올해 들어 유럽연합(EU), 미국, 인도에 이은 주요 통상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K-컬처를 언급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음식부터 TV, 음악까지 한국 문화는 영국에서 이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 타결로 교역이 더 원활해지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영국 기업과 노동자들에 큰 승리"라고 밝혔다.
브라이언트 부장관은 "수백만 명 영국인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엄청난 한국 TV에 빠졌고 블랙핑크 같은 K-팝 가수를 스트리밍으로 듣는 등 이미 한국 문화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번 통상 합의로 우리 관계는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FTA 개선으로 금융, 보험, 법률 등 주요 서비스 부문의 한국 시장 접근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서비스 부문의 추가적 부양 효과를 연 4억 파운드(약 7천900억원) 규모라고 제시했다.
또한 벤틀리와 같은 고급차, 스코틀랜드산 연어, 영국에서 생산되는 기네스 캔맥주 등도 수혜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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