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을 조용히 넘겼던 미국, 왜 지금 와서 말을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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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을 조용히 넘겼던 미국, 왜 지금 와서 말을 바꾸는가

월간기후변화 2025-12-16 07:02:00 신고

▲ 원자로 내부구조    

 

한동안 미국은 침묵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돼도, 공식적인 제동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렇게 받아들였다. “미국이 사실상 승인한 것 아니냐”고. 그러나 2025년 말, 분위기는 달라졌다.

 

미국 언론과 안보 싱크탱크에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넘겼던 사안을 이제 와서 다시 들춰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속도다.

 

한국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기본 설계가 이르면 내년 말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미국 안보 커뮤니티는 예상과 다른 그림을 마주하게 됐다.

 

보통 핵잠수함은 설계 단계만 수년이 걸린다. 원자로 출력과 선체 구조, 소음 억제, 충격 대응, 방사선 차폐를 동시에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6,500톤급 선체에 약 70MW급 원자로를 전제로 한 설계를 단기간에 구체화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미국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건 구호가 아니라 실제 계획 아닌가.”

 

미국이 놀란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디젤-전기 잠수함 강국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을 만들어 온 나라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다른 리그였다.

 

미·영·프·중·러·인도 정도만 보유한, 사실상 폐쇄된 기술 클럽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한국이 그 문턱을 단숨에 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 내부에서는 ‘동맹의 성장’이라는 익숙한 프레임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핵잠수함은 단순히 오래 잠수하는 배가 아니다. 원자로를 잠수함 안에 넣는다는 것은, 극한 환경에서도 원자로를 상시 운용할 수 있는 종합 기술력을 의미한다.

 

공간은 좁고, 해수 압력은 높으며, 충격과 진동은 상시 발생한다. 여기에 방사선 관리, 열 제어, 비상 정지 체계까지 모두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 핵잠 보유국들은 이 기술을 국가 최고 군사기밀로 다뤄 왔다.

 

미국이 호주와 AUKUS를 맺으면서도 원자로 핵심 정보는 극도로 제한하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핵잠 설계 가속은 미국의 계산을 바꿨다. 초기에는 “정치적 메시지일 뿐”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던진 구상 정도로 본 것이다. 하지만 톤수와 출력, 일정, 참여 기업까지 구체적으로 나오자 해석이 달라졌다. 이건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라는 판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 핵잠수함 이미지    

 

여기에 확산 문제도 겹친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가 아니지만, 군사용 원자로와 연료 관리 기술은 장기적으로 전략적 선택지를 넓힌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일본과 한국이라는 ‘잠재력 높은 동맹’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핵잠 기술까지 본격화되면, 억제 체계는 더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동맹의 자율성은 어디까지 커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커진다.

 

특히 미국이 민감해하는 지점은 한국의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누리호 성공 이후 한국은 발사체, 위성, 정찰 자산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의 만남    

 

잠수함 기술이 여기에 결합되면, 해상과 우주를 잇는 입체적 군사 플랫폼이 가능해진다. 잠수함발사체계까지 상상 범위에 들어오는 순간, 한국은 단순한 지역 방어 주체를 넘어선다. 미국이 느끼는 경계심은 바로 이 ‘연결된 그림’에서 나온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미국이 한국 핵잠수함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적은 없다. 문서로 된 허가도, 조약에 명시된 허용도 없었다.

 

다만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이해와 검토 수준의 메시지가 오갔을 가능성은 있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며 ‘승인’처럼 인식됐을 뿐이다. 지금 미국이 언론과 싱크탱크를 통해 속도 조절론을 흘리는 것은, 그 모호한 상태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신호에 가깝다.

 

하지만 이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국에게는 역설적인 자부심의 순간이기도 하다. 미국이 말을 바꿨다는 것은, 한국의 계획이 더 이상 허풍이나 상징이 아니라 실제 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가질 때, 비로소 견제가 따라온다. 조용할 때는 무시였고,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인정의 다른 얼굴이다.

 

 

지금의 국면은 갈림길이다.

 

한국은 속도를 늦추라는 외부 신호를 마주하고 있고, 미국은 동맹의 성장을 관리하려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는다. 미국이 놀란 것은 핵잠수함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이 보여준 축적의 속도다. 국뽕이라는 말로 가볍게 소비하기엔, 이 속도는 이미 전략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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