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답변, 줄여서 질답. 각 단어 첫음절을 땄다. 널리 통용되는 조어법에도 들어맞는다. 분깨미(분위기 깨서 미안),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예를 더 들어 무엇하겠나. 그런데도 다른 말들과 달리 질답이라는 줄임말은 어색하다. '문답'이라는 줄임말이 있는데, 왜 굳이? 기자회견 질답 과정에서, 질답게(질답 게시판)에서 보세요, 질답 요약을 참고해라… 등등. 여전히 낯설고 거슬린다.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다고까지 여기며 [문답]이 굳건히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드는 것은 왜일까?
옛날에 한자 쓰던 사람들은 각 낱말의 첫음절을 따서 이어 붙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국사 시간에 배운 나제동맹. 신라와 백제의 동맹은 신백동맹이 아니라 나제동맹이었다. 끝음절을 땄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나라와 연합한 것을 두고는 나당연합이라 했다. 이를 이루려고 고구려와 백제가 동맹을 맺었다고 신라가 선전했는데, 그걸 부르는 말 또한 여제동맹이었다. 고백동맹이 아니라. 고려와 몽고의 연합군을 '여몽'연합군이라고 한 것은 조어 방식이 '문답'과 같다. 앞 단어에선 끝음절을, 뒤 단어에선 앞음절을 각각 따서 붙였으니까. 이 글은 질문과 답변이라는 낱말을 기준 삼았다. 질문 대신 질의와 물음을, 답변 대신 응답과 대답을 동원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백우진, 『단어의 사연들』, ㈜웨일북, 2019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YES24) - 나제 나당 여몽 등 한자 구사한 사람들의 조어 방법에 관한 서술 부분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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