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던 안과 의술 연마"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1년 전 반군에 축출된 시리아의 옛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망명지 러시아에서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아사드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러시아 모스크바주(州)의 고급 주거단지인 루블료프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때 권력을 잃고 쫓겨난 친러시아·반서방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 지역에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아사드 일가에는 돈이 부족할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2011년 아사드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며 내전이 발발하자 서방이 시리아에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했는데, 이때 아사드 일가가 재산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 빼돌려놨다는 것이다.
아사드 가족의 한 지인은 아사드 전 대통령에 대해 "아주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며 만수르 아잠 전 대통령실장관 등 예전부터 알던 최측근 인사들과만 교류할 뿐이라고 전했다.
크렘린궁에 가까운 한 소식통은 아사드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층에 '무의미한 존재'라며 "더는 영향력 있는 인물로 여겨지지 않는 데다 저녁 식사에 초대할만한 흥미로운 손님으로도 취급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권좌에 오르기 전 본업이었던 안과와 관련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한 지인은 "그가 러시아어를 익히면서 안과 진료 실력을 다시 갈고닦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같은 움직임이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다"라면서도 아사드 전 대통령이 모스크바 일대의 부유층을 상대로 진료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한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1980년대 다마스쿠스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1990년대 영국 런던에서 안과 과정을 밟았다. 당시만 해도 그는 정치와 거리를 뒀는데 형 바셀이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의 후계자로 낙점돼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4년 바셀이 자동차 사고로 숨지자 아사드 전 대통령이 권력을 세습할 후계자가 됐고, 1971∼2000년 시리아를 통치하다가 숨진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아 장기집권했다.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던 2011년 3월 15일 경제 위기 등 혼란상 속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불붙자 아사드 정권은 이를 탄압했다. 당시 민간인에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이후 치열한 내전 속에서도 러시아와 이란 덕에 정권을 오래 유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들의 후원이 약해진 틈을 타 작년 12월 반군이 기습적인 공세에 나선 지 11일 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진입한 작년 12월 8일 러시아 군용기를 타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망명했다. 그를 축출한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출신 아메드 알샤라가 시리아 임시대통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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