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미게 하는 칼바람이 불면 퇴근길 포장마차의 풍경이 아른거린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건져 먹던 꼬불꼬불한 어묵, 그리고 종이컵에 담아 마시던 뜨끈한 국물 한 모금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굳이 밖에서 떨지 않아도, 집 안 식탁 위에서 그 시절의 온기를 재현할 방법이 있다. 바로 ‘어묵탕’이다.
어묵탕은 재료가 단출하고 조리법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멸치 육수의 구수한 향과 보글거리며 끓는 소리만으로도 집 안 공기가 금세 훈훈해진다. 아래는 길거리에서 호호 불며 먹던 그 감칠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어묵 꼬치 끼우는 법부터 깊은 육수 내는 비법, 입맛 돋우는 양념장까지 만드는 과정을 정리했다.
무는 전자레인지로 ‘초벌’
조리의 시작은 육수 맛을 좌우하는 무와 채소 손질이다. 무는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냄비에 바로 넣기보다 ‘전처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무를 서너 조각으로 썰어 접시에 담고 랩을 씌운 뒤,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려준다. 이렇게 하면 수분이 갇힌 채로 무가 살짝 익어, 국물에 넣었을 때 단시간에 맛이 배어들고 조리 시간도 단축된다.
대파는 국물에 시원함을 더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1/2대 정도 준비해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큼직하게 썬다. 청양고추는 하나를 세 등분으로 썰어 넣으면 전체적으로 은은한 칼칼함을 더해 국물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꼬치 끼우기, ‘4겹 접기’가 포인트
어묵이 끓는 도중 풀어지지 않게 하려면 꼬치에 끼우는 방식이 중요하다. 사각 어묵을 길게 세 번 접은 뒤, 다시 반으로 접어 총 네 겹 두께가 되도록 만든다. 이 상태로 꼬치를 꽂으면 어묵의 결이 단단하게 잡혀 끓는 동안에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유지된다.
육수와 양념, ‘길거리 국물 맛’ 재현하기
냄비에 물 800ml를 붓고 다시마 한두 장을 넣는다. 다시마가 없다면 건미역 1/2큰술로 대체해도 좋다. 미역은 소량만으로도 국물에 깊고 담백한 맛을 더해준다.
물이 끓어오르면 준비해 둔 무,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양념을 한다. 길거리 어묵 국물 맛의 비결은 과감한 양념 배합이다. 다시다 1/2큰술, 진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후추 약간과 미원 1/3큰술, 혼다시 1/2큰술을 추가하면 밖에서 사 먹던 감칠맛이 살아난다. 강한 불에서 3~4분간 팔팔 끓여 국물 맛을 충분히 우려낸다.
특제 간장으로 완성
육수가 완성되면 준비한 어묵 꼬치를 넣는다. 이때 너무 오래 끓이면 어묵이 불어 식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 국물이 배어들 정도로만 가볍게 익힌 뒤 약불로 줄인다. 끓어오르는 거품을 걷어내면 국물이 한층 깔끔해진다.
어묵탕의 화룡점정은 찍어 먹는 간장이다. 진간장과 미림 각각 2큰술, 식초 1/2큰술, 물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을 섞는다. 여기에 다진 대파와 청양고추, 고춧가루, 설탕을 취향껏 더하면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 도는 어묵 간장이 완성된다.
전골냄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은 겨울 저녁의 운치를 더해준다. 별다른 반찬 없이도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어묵탕 한 그릇으로 언 몸을 녹여보는 건 어떨까.
어묵탕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식재료: 어묵(사각) 6~8장, 대파 1/2대, 청양고추 1개, 무 3~4조각, 물 800ml, 다시마 1~2장(또는 건미역 1/2큰술)
-국물 양념: 다시다 1/2큰술, 진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후추 약간, 미원 1/3큰술, 혼다시 1/2큰술
-어묵 간장: 진간장 2큰술, 미림 2큰술, 식초 1/2큰술, 물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대파 1큰술, 다진 청양고추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설탕 1/2큰술
■ 만드는 순서
1. 무는 썰어서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린다. 대파와 고추는 큼직하게 썬다.
2. 어묵은 네 겹이 되도록 접어 꼬치에 단단히 고정한다.
3. 냄비에 물 800ml와 다시마(미역), 손질한 채소, 국물 양념을 모두 넣고 강한 불에 3~4분간 끓인다.
4. 국물이 우러나면 어묵 꼬치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 뒤, 거품을 걷어내고 약불로 줄인다.
5.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대파는 넉넉하게 넣을수록 시원한 향이 산다.
- 무는 반드시 전자레인지 조리로 수분을 먼저 빼 주면 맛이 더 잘 배어든다.
- 어묵은 네 겹으로 접어 꽂아야 끓는 동안 터지지 않는다.
- 간장의 산미는 맛을 해치지 않게 식초를 소량만 넣는 것이 좋다.
- 국물은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맛이 적당히 우러났을 때 불을 줄여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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