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에 다가서고 연평균 환율이 1470원에 이르는 등 고환율이 고착화되자,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공조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와 한국은행과의 대규모 외환스왑이 1년 더 연장되면서, 외환시장의 ‘구원투수’ 역할도 지속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한시적 전략적 환헤지 기간 연장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금년 말 종료 예정이던 전략적 환헤지 조치는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된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급등할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 일부를 매도해 달러를 공급함으로써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장치다. 기금위는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고,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연장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는 과정에서 전략적 환헤지가 실제로 가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적 환헤지 연장과 함께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 거래도 2026년 말까지 연장된다. 스왑 한도는 기존과 같은 650억 달러 규모다. 이 거래는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투자 과정에서 달러가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우선 공급받고, 만기 시 이를 되돌려주는 구조다. 거래 기간 중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지만, 만기에 전액 환원돼 실질적인 감소는 제한적이다.
외환당국은 외환스왑이 환율 급등 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해 시장 안정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외환스왑을 활용한 환헤지가 해외투자에 수반되는 환율 변동 리스크를 완화해 기금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국민연금과 외환당국의 협력은 2022년 9월 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왑으로 시작됐다. 이후 환율 불안이 이어지면서 한도는 350억 달러, 500억 달러를 거쳐 지난해 말 65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전략적 환헤지 역시 2022년 말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후, 환율 상황에 따라 연장돼 왔다.
이번 결정은 최근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가 다시 커진 가운데 나왔다. 정부는 전날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으며,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관계 부처가 함께 달러 수급과 주요 자금 흐름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조치가 환율 상승 흐름을 단기간에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 환헤지와 외환스왑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4자 협의체를 통해 보다 구조적인 외환시장 안정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기금위는 환헤지 연장 안건과 함께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한 ‘목표초과수익률 설정방안’도 의결했다. 2022~2026년 5년 누적 목표 초과수익률은 0.248%포인트로 정해졌으며, 이는 기금운용본부 성과 평가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넘는 규모로 성장한 만큼, 기금 수익성과 시장 안정 간의 균형을 함께 고려한 운용 체계가 필요하다”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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