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JV 설립해 자금조달, 美 상무부 3천100억원 '보조금'…2029년 생산 목표
안티모니·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11종 생산…"공급망 협력·북미 생산거점 확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이를 위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는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 및 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 제련소 투자안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종료 후 공시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자료를 내고 "미 국방부(전쟁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에 65㎡의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에 나선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미국 내 종속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즈'(Crucible Metals, LLC)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예상투자액은 총 10조9천500억원(약 74억3천200만달러) 규모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및 미국 내 전략 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약 2조8천600억원(약 19억4천만달러)를 조달하며, 고려아연은 약 8천600억원(약 5억8천500만달러)을 직접 투자한다.
나머지 소요 자금은 미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및 보조금 프로그램, 재무 투자자 대출 등을 더해 충당한다.
고려아연은 사업 운영 주체인 크루서블 메탈즈가 미국 제련소 설립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 규모가 최대 6조9천210억원(약 46억9천8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칩스법'에 따라 미국 상무부도 최대 약 3천억원(약 2억1천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고려아연은 테네시 제련소를 한국의 온산제련소와 같은 복합 비철금속 제련소로 건설할 방침이다.
아연, 연,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 은 등 귀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등 미 지질조사국이 발표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제련소가 들어설 지역으로는 미국 남동부 테네시로 낙점했다.
미국 내 60여곳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한 끝에 제련에 필요한 용수·전력 등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물류 접근성이 양호한 테네시주에 제련소를 짓기로 했다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에 있는 기존 니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이를 활용해 기반 시설을 재구축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가 50년 가까이 운영돼 아연 공정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 수백여 명의 고용 승계가 가능하고, 전력 공급가격이 저렴해 전력비 절감 효과가 크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며 이미 니어스타 제련소 인수에 대한 합의에 이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제련소는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약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해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아연 30만t, 연(납) 20만t, 동 3천500t, 희소금속 5천100t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약 2조8천51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당 129만133원에 신주 220만9천716주(보통주)를 발행하는 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크루서블 JV이다
고려아연은 또 크루서블에 약 1천323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출자 후 지분율은 10%가 된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지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고려아연과 전략광물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고려아연에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물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로 참여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주주로 등재되면 고려아연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는 격이어서 고려아연 인수합병(M&A)에 큰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 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풍·MBK는 이날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계획에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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