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라이너 감독 부부 피살에 美정치권 충격...오바마 "영원히 기억될 것"

[이데일리 이석무 기자]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미저리’로 사랑받은 롭 라이너 감독과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가 피살되면서 할리우드와 정치권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

라이너 감독과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가 피살된 가운데 현지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14일(현지시간) CNN과 NBC 보도에 따르면 라이너 감독 부부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롭이 전한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는 인간의 선함에 대한 깊은 믿음과 그 믿음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평생의 헌신이 있었다”며 “롭과 미셸은 그들이 싸워온 가치와 그들이 영감을 준 수많은 사람에 의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엑스를 통해 “롭은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고, 미셸은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이자 지적인 조력자, 사랑하는 아내였다”며 “참담하다”고 밝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무한한 공감 능력은 롭의 이야기를 시대를 초월하게 했고, 여러 세대에 걸쳐 더 큰 꿈을 꾸도록 격려했다”고 추모했다.

할리우드 동료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미저리’에서 라이너 감독과 작업한 배우 캐시 베이츠는 고인을 ‘자신의 인생을 바꾼 뛰어난 예술가’로 표현하며 “끔찍한 소식에 경악했다”고 했다. 코미디언 케빈 닐론은 “그의 영화는 우리에게 공기와 같았다”고 애도했고, 동료 감독 폴 페이그는 롭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추모했다.

라이너 감독은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칼 라이너의 아들로, 작가로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디딘 후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에 출연하며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후 감독으로 전향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맨’ 등 명작을 연출했다.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정기적으로 모금행사를 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부인 미셸은 배우이자 사진작가, 프로듀서로 남편의 작품에 여러 차례 참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 표지 사진 작업을 맡기도 했다.

미 대중지 피플에 따르면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 닉은 청소년 시절부터 마약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닉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찰리’의 각본을 썼고, 부친 롭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