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폴란드 SMR 개발사와 협력…유럽 소형원전 시장 본격 진입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폴란드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유럽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구하는 유럽 각국의 정책 기조 속에서 삼성물산이 SMR 분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중·동부 유럽 진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폴란드 민간 SMR 개발사인 신토스그린에너지와 유럽 내 SMR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폴란드를 시작으로 중·동부 유럽 전반에서 소형원전 사업 기회를 공동으로 모색하게 된다.

신토스그린에너지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SMR 개발 기업으로, 2030년대 초반까지 폴란드 최초의 소형모듈원전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의 합작사인 GE 베르노바 히타치 원자력이 개발한 'BWRX-3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이다. 신토스그린에너지는 폴란드 내 사업을 포함해 최대 24기의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체코·헝가리·리투아니아·불가리아·루마니아 등 인접 국가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물산과 신토스그린에너지는 폴란드 SMR 프로젝트와 관련해 타당성 조사, 부지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초기 개발 단계부터 협력에 나선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기획과 개발 단계에 깊숙이 참여함으로써, 향후 중·동부 유럽 시장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BWRX-300은 기존 비등형 경수로를 개량한 300메가와트급 소형원전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건설 기간과 향상된 안전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서구권 최초의 SMR 건설이 진행 중이며,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 역시 자국 원전 사업의 유력한 차세대 노형으로 이 기술을 검토한 바 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원자력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원전보다 초기 투자 부담이 낮고, 전력 수요에 따라 단계적 구축이 가능한 SMR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 경쟁도 빠르게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SMR 기업들과의 협력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GE 베르노바 히타치와 유럽·동남아·중동 지역을 아우르는 SMR 사업 협력에 나선 데 이어, 스웨덴에서 SMR 공급망 관련 행사에도 참여하며 유럽 내 네트워크를 강화해 왔다.

이번 폴란드 협약은 삼성물산의 유럽 SMR 전략이 단발성 파트너십을 넘어 지역 단위 확장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스웨덴을 중심으로 북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중·동부 유럽으로 확장해, 유럽 전반에서 SMR 핵심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부 유럽은 에너지 전환 수요가 크지만 기존 발전 인프라는 노후화된 국가가 많아 SMR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물산이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를 만든 점은 향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유럽 내 SMR 사업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고, 청정에너지 분야에서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원전, SMR,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