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1995가 창단 18년 만에 ‘K리그1 승격’을 이뤄냈지만, 기쁨에 머무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영민 감독의 시선은 이미 ‘내년’으로 향해 있었다.
1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승격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승격 소감보다 다음 시즌 준비에 대한 구상을 먼저 꺼냈다.
승격을 확정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K리그1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과제들이 빠르게 체감되고 있다는 분위기였다.
부천의 내년 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첫해 목표는 잔류다. 이 감독은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적인 초석 다지기를 강조했다.
무리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기존 팀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K리그1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축구 역시 놓치지 않겠다는 방향성도 함께 제시됐다.
K리그1 무대의 가장 큰 차이로는 선수 수급 문제가 꼽혔다. 기존 전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강이 필수라는 인식이다.
특히 전지훈련 출발 전까지 스쿼드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촉박한 일정 속에서 신중하면서도 효율적인 영입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감독은 최근 K리그1 감독들과의 교류를 통해 리그 차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자신의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선배 지도자들의 경험을 참고해 팀 구성과 시즌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잔류 경쟁의 현실도 냉정하게 바라봤다. K리그1에 머무를 기회가 주어졌지만, 매 시즌 한 팀은 반드시 강등되는 구조 속에서 첫해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단기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부천이라는 팀이 지속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단을 향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제한된 예산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과감한 투자도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FC안양이 핵심 선수 영입을 통해 잔류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하며, 현실적인 투자 방향의 중요성을 짚었다.
팬 문화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부천 팬들의 열정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즌 중 일부 마찰이 있었지만, 그 과정 역시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는 평가다. K리그1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부천만의 색깔과 응원 문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부천은 이제 승격팀이 아닌 ‘K리그1 생존 경쟁자’로 새 출발선에 섰다. 준비 기간은 길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승격의 여운보다 현실을 택한 이영민 감독의 시계는 이미 다음 시즌 개막을 향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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