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교육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 자리에서 위서로 판명난 '환단고기'를 언급해 논란이 된 일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 내지 부정적 인식이 나왔다.
현 여당 지도부 일원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1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해당) 책에 대해 대통령께서 권위를 실어주려고 하신 것은 아닐 것"이라며 "만약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 역사학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통령실에 전달하시면 그것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이라고 다 완벽한 건 아닐 테니까"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계기로 삼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난 홍익표 전 의원은 같은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환단고기와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이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 아닌가 이런 비판들이(있다)"며 "대통령실에서도 여러 차례 해명이 나왔지만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지적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왜냐하면 역사적 자료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논쟁이 끝난 사안"이라며 "그런 사안을 또 얘기하면서 소위 '환빠'라고 하는, 환단고기 지지하는 사람들은 또 막 난리가 났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검증되지 않은 것이나 잘못된 내용들이 나가는 것은 바로잡아야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 발언 취지는) '지나치게 공식적인 자료(만을 위주)로 가면 사실은 또다른 중요한 논쟁들은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에서 자료를 검증하고, 꼭 공식 문서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일정하게 근거가 있으면 그것도 검토해 달라'는 원론적인 얘기였지 환단고기 자체를 인정하자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해하자고 하면서도 "물론 그러면 구태여 논란이 되는 환단고기를 왜 얘기했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그런 비판이나 지적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굳이 환단고기가 아니라도 다른 걸 얘기할 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교육부 산하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역사교육과 관련해서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 "환단고기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지 않나. 고대사 논란을 놓고 다툼이 있지 않느냐"고 해 논란을 자아냈다. 환단고기는 한민족이 상고시대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은 책으로,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위서로 판단하는 의견이 다수이며 학술적 논쟁은 이미 끝난 상태다.
이에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분들은 소위 재야 사학자들이라고 하는 분들인데, 그 분들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기본적으로 문헌사료를 중심으로 한다"고 사실상 반박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이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역사 관련 다양한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다", "논란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언급하지 않고 회피하는 게 바람직하냐, 그렇지 않다. 논란이 있다면 분명히 짚고가야 하고 특히 역사관을 연구하는 곳에는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정리된 문제를 마치 진행 중인 논란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진보 논객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환단고기가 졸지에 역사학 '문헌'이 된 사건"이라고 비꼬며 "그냥 말이 헛나왔다고 사과하면 될 터인데 대통령실의 해명이 외려 문제를 더 키우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옛날에 나치도 '모든 문명의 창시자가 아리아 인종'이라는 가설에 입각해 세계 곳곳으로 고고학자들을 보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허탕을 쳤고, 일본도 '임나일본부'를 찾으려 남의 나라 무덤을 파헤쳐 놓았지만 결국 아무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이 모두가 과학이 신화의 신하가 될 때 발생하는 해프닝"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번 사태를 지적해 "이게 그저 대통령 개인의 단순한 실수나 교양의 결핍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이라며 "민주당은 물론 국힘 지지자들의 멘탈리티가 과학이나 이성을 '이야기'(뮈토스)에 종속시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 시민사회의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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