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선덜랜드는 구단 전설 개리 로웰이 세상을 떠난 다음날, 라이벌전 승리를 그에게 헌정했다.
14일(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6라운드를 치른 선덜랜드가 뉴캐슬유나이티드에 1-0으로 이겼다. 선덜랜드는 승점 26점으로 7위에 자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경기 전 선덜랜드에 비보가 날아왔다. 지난 13일 유소년 시절을 포함해 12년 동안 선덜랜드에서 뛴 전설 로웰이 유명을 달리했다. 선덜랜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 백혈병 투병 끝에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난 전설 로웰의 부고를 전하게 돼 깊은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라고 밝혔다.
로웰은 자신이 선덜랜드 프로 선수로 데뷔한 바로 그날에 선덜랜드와 영영 작별했다. 로웰은 1975년 12월 13일 옥스퍼드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돼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297경기에 출전해 총 103골을 넣었다. 케빈 필립스, 렌 섀클턴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덜랜드에서 100골 이상 넣은 세 선수 중 한 명이다.
로웰은 선덜랜드와 뉴캐슬의 ‘타인위어 더비’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두 팀의 연고지는 북동부 중추 도시들로, 1600년대 탄광업과 관련한 지역 갈등이 생긴 후 깊은 악감정을 이어왔다. 그런 만큼 타인위어 더비에서 활약한 선수는 그 팀의 영웅으로 대접받았는데, 로웰은 1979년 뉴캐슬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선덜랜드에 4-1 승리를 안겼다. 로웰의 해트트릭은 현재까지 타인위어 더비에서 나온 마지막 선덜랜드 선수의 해트트릭이다.
로웰이 사망한 다음날 선덜랜드는 뉴캐슬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전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선덜랜드는 치열한 경기를 펼친 끝에 후반 1분 노르디 무키엘레가 상대 선수 닉 볼테마데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1-0 승리를 거뒀다. 뉴캐슬이 동점을 위해 움직였음에도 로빈 루프스 골키퍼의 선방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승리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날 선덜랜드는 전광판에 점수를 띄울 때 뉴캐슬을 ‘방문객(Visitors)’이라 지칭하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또한 승리 후에는 2024년 잉글랜드 FA컵에서 뉴캐슬이 자신들을 상대로 승리한 뒤 원정팬들과 기념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한 복수로 홈팬들과 사진을 촬영했다. 선덜랜드는 뉴캐슬을 상대로 한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7승 3무로 무패를 유지했고, 통산 전적도 54승 50무 54패로 동률을 맞췄다.
이날 경기 전 로웰을 추모했던 선덜랜드는 경기 후 이번 경기를 로웰에게 바쳤다.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SNS)에는 로웰의 응원가인 ‘우리 모두 개리 로웰의 세상에 살고 있지(We all live in a Gary Rowell World)’와 함께 ‘오늘은 로웰을 위한 날’이라고 적었다. 비틀즈의 대표곡 중 하나인 ‘옐로 서브마린(Yellow Submarine)’을 개사한 응원가로, 선덜랜드 팬들이 지금도 종종 부르는 구단 대표 응원가이기도 하다.
사진= 선덜랜드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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