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처음으로 43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을 중심으로 시장 외형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전체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여전히 3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적립금액은 4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9%(49조원) 증가했다. 다만 제도 유형과 운용 방식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14조원으로 전체의 49.7%를 차지했으나 비중은 1년 새 4.0%포인트 줄었다. 반면 확정기여형(DC)은 116조원(26.8%),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99조원(23.1%)으로 각각 16.9%, 30.3% 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 책임 중심의 DB에서 개인 책임이 강화된 DC·IRP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224조원(52.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증권은 104조원(24.1%)으로 1년 새 19.8% 증가하며 비중이 확대됐고, 생명보험은 82조원(19.1%)으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비중이 줄었다.
운용 방식에서는 원리금보장형이 여전히 74.6%로 압도적이었지만, 전년 대비 5.8%포인트 감소했다. 실적배당형 비중은 17.5%로 4.7%포인트 늘었다. 특히 IRP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33.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률은 여전히 낮다. 도입 대상 사업장 164만6천개소 중 실제 제도를 도입한 곳은 44만2천개소로, 도입률은 26.5%에 그쳤다. 도입 사업장 중 DC를 채택한 비중은 68.0%로 가장 높았고, DB는 19.0%였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격차가 컸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은 92.1%에 달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불과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업(60.4%)과 금융보험업(57.0)의 도입률이 높았고, 숙박음식업과 부동산업 등 일부 서비스업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양적 성장을 넘어, 중소사업장 확산과 실적배당형 운용 확대를 통한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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