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국제선 수요 회복과 공급 조절 효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 중에서도 상위권 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주·유럽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대한항공의 평균 운임은 아시아 경쟁 항공사뿐 아니라 일부 유럽 대형 항공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팬데믹 이후 좌석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승 수요와 직항 선호를 동시에 흡수한 구조가 가격 방어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프리미엄 운임'이 소비자 체감 서비스 전반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있느냐는 점이다. 기내식, 좌석 기본 품질, 승무원 응대 등 전통적으로 강점으로 평가받아온 요소와 달리, 최근 들어서는 운항 안정성과 사후 대응을 둘러싼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한때 검토했던 프리미엄 이코노미(중간 등급 좌석) 도입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장거리 노선 중심의 기재 운영 효율성과 좌석 재배치 부담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 부족 문제가 그대로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경쟁 항공사 상당수는 이미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가격과 서비스의 '완충 지대'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등은 장거리 노선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통해 일반 이코노미 대비 명확한 차별화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고가 비즈니스석과의 가격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 간 간극이 상대적으로 크게 남아 있어, 가격 대비 체감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항 신뢰성 문제도 최근 논란의 핵심이다. 항공업계 전반이 기상 변수, 글로벌 항공기 공급 지연, 공항 혼잡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항공권을 샀을 때 무엇이 달라지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지연이나 결항 자체보다도, 그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투명성, 대체편 안내, 보상 절차의 신속성이 체감 품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일부 글로벌 항공사들은 지연 발생 시 자동화된 문자·앱 알림, 즉각적인 대체 항공편 제안, 명확한 보상 기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은 기본적인 보상 기준은 국제 규정에 맞춰 운영하고 있지만, 상황별 안내와 대응 속도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프리미엄 항공사로서 기대치가 높은 만큼, 작은 대응 차이가 불만으로 증폭되는 구조다.
결국 논쟁의 본질은 특정 서비스 하나가 아니라 '가격과 전체 경험의 일관성'에 있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네트워크, 직항 경쟁력, 안전성과 같은 핵심 자산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높은 운임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다만 프리미엄 이코노미 유보 이후에도 남아 있는 좌석 선택권 문제, 운항 차질 시 대응 품질, 가격 대비 체감 가치에 대한 설명 부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항공권 가격이 사실상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 잡은 지금,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그 가격을 납득하게 만드는 일관된 경험이라는 점에서 대한항공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