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행의 詩·畵·音] 50 “희망의 별을 노래하자”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시인(1950∼)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따스한 언어로 사랑, 외로움, 그리움, 슬픔을 노래했다.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슬픔’ 속에서 ‘사랑’으로 견디며 ‘희망’을 찾는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슬픔의 시인’인 동시에 ‘사랑과 희망의 시인’이다.  

 정 시인은 땅의 고통과 하늘의 꿈 사이에 서 있는 ‘첨성대’(1973)에서 슬픔의 새벽을 노래한 이후 한결같이 외로움, 사랑과 꿈을 담은 시를 발표해 왔다. 그의 시는 단순하면서 우리의 피를 당기는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 순결한 날개가 솟아오르는 것 같은 기쁨을 준다. 

 정 시인은 최근 한 강연에서 “인생이라는 빵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는 사랑과 고통”이라며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시는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 우리를 위로해 준다. 그의 시 ‘별들은 따뜻하다’의 첫 행 ‘하늘에는 눈이 있다’에서 '눈'은 눈(눈)과 보는 눈(眼)의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호승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대구에서 성장한 시인이다. 대륜고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나왔다. 1972년과 1973년에 한국일보와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잇달아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도 당선했다. ‘반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소월시문학상과 정지용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을 펴냈다. 대구시 수성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

탄은 이정 ‘풍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탄은 이정(1554~1626)은 조선 세종대왕의 현손(5대손)으로 한국 최고의 묵죽화(수묵으로 대나무를 그린 그림) 대가다. 풍죽은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로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줄기와 가지, 잎은 고난과 시련에 맞서는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한다. 이정은 임진왜란 때 오른팔에 왜군의 칼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해지만 회복한 후 그림을 계속 그렸다. 오만원권 지폐의 뒷면에 연하게 새겨진 대나무는 이정의 그림중 하나다. 

혼자 떠나는 새 / 양성우 시, 한지영 곡 / 테너 박세원

임동춘 ‘추억파편 682 #두물머리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