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 유전체 편집 정상회의 현장은 한 젊은 과학자의 등장으로 얼어붙었다.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41)는 단상에 올라 “나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났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표는 과학적 성취라기보다 충격에 가까웠다. 생명과학계가 수십 년간 금기처럼 합의해온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의 선을 단 한 사람의 결정으로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연구 윤리 위반을 넘어, 과학과 자본, 국가 경쟁 논리가 어떻게 결합해 통제 불능의 실험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그리고 그 끝에는 실형 선고와 수감이라는, 과학사에서 보기 드문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허젠쿠이는 누구인가?
허젠쿠이는 미국 라이스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수학한 생명공학 연구자였다. 그는 중국 선전으로 돌아와 남방과학기술대에서 연구실을 꾸렸고, 동시에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을 창업해 벤처 자본을 끌어들였다. 중국 정부가 ‘과학 굴기’를 내세우며 첨단 바이오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던 시기였다.
그는 학계와 시장을 동시에 바라보는 인물이었다. 논문과 특허, 연구비와 기업가치가 한 몸처럼 움직이던 환경에서 허젠쿠이는 과학자이자 창업가, 그리고 국가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 배경은 그가 왜 위험한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다.
그가 선택한 기술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였다.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교정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치료용 연구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 배아, 그것도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행위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금지 영역'이었다.
그는 이 금기를 ‘치료’라는 이름으로 우회했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CCR5 유전자를 제거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당시 에이즈는 이미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었고, 배아 편집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정당화할 의학적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
허젠쿠이의 실험은 극도로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연구윤리위원회 승인 서류는 조작됐고, 참여 부부에게 제공된 설명서는 과학적 위험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쌍둥이로 태어난 아이들은 루루와 나나로 불렸고, 그들의 실제 유전자 편집 결과조차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국제 유전체 편집 정상회의에서 이 사실이 공개되자 현장은 즉각 술렁였다. 회의에 참석한 미국 유전학자 데이비드 볼티모어는 “과학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 중국 과학계 원로들조차 “중국 과학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과학적 문제는 명확했다. 크리스퍼는 여전히 오작동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 배아 단계에서 발생한 변화는 해당 개인뿐 아니라 후손에게까지 영구히 전달된다. 이는 개인 동의의 문제를 넘어 인류 전체의 위험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기술 자체보다 구조에 있었다. 허젠쿠이는 단독 범죄자가 아니었다. 느슨한 규제, 성과를 압박하는 연구 환경, 국가 간 기술 경쟁, 그리고 자본의 기대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였다.
법정에 선 과학자
2019년 말, 중국 법원은 허젠쿠이에게 무허가 의료 행위 및 불법 인간 배아 실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징역 3년과 벌금 300만 위안(약 6억3천만원)이었다. 공동 연구자들도 각각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 판결을 “법과 윤리를 어긴 과학에 대한 단호한 경고”라고 표현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국제 사회를 향해 책임 있는 과학 강국임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허젠쿠이는 수감 기간 동안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상태로 지냈다. 출소 후 그는 “과학은 사회의 신뢰 위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그 신뢰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제와 권력의 문제
유전자 편집 기술은 단순한 연구 주제가 아니라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농업시장에서 유전자 치료와 맞춤 의학은 수백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자본은 규제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국가들은 기술 주도권을 전략 자산으로 간주한다.
허젠쿠이 사건은 이 경쟁의 그늘을 드러냈다. 과학이 시장 가치와 국가 목표에 종속될 때, 윤리는 쉽게 비용 항목으로 전락한다. 실험의 위험은 개인과 사회가 떠안고, 성공의 과실은 소수에게 집중된다.
미국과 유럽은 이 사건 이후 인간 배아 편집에 대한 국제 규범 논의를 강화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을 사실상 금지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그러나 기술은 이미 연구실을 넘어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가 과학의 속도를 결정하는가.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가. 허젠쿠이는 개인으로 처벌받았지만, 그를 만든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이 사건은 한 과학자의 일탈이 아니라, 기술 자본주의 시대가 만들어낸 경고문에 가깝다. 유전자 편집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누구의 통제 아래, 어떤 기준으로 사용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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