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울산HD 감독으로 취임한 신태용 전 감독이 정승현 선수의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14일 공개되면서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불거진 폭행 논란이 영상 공개로 재점화된 가운데, 해당 행위가 폭행인지 아니면 친근감의 표시였는지를 놓고 축구팬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영상 속에는 신 전 감독이 울산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며 한 명씩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감독은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제자 정승현을 만나자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손바닥으로 그의 왼쪽 뺨을 쳤고, 이때 '짝' 소리가 났다고 전해졌습니다. 해당 장면은 울산 구단이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포착됐습니다.
이번 영상 공개는 지난달 30일 정승현 선수가 K리그1 최종전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폭행 사실을 처음 공개적으로 폭로한 데 이은 것입니다. 정승현은 당시 "성폭력이든 폭행이든 가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받는 사람이 폭행이라고 느끼면 그게 폭행"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뺨을 맞은 일 외에도 여러 부당한 상황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너무 많아서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신 전 감독은 지난 1일 K리그 시상식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승현이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폭행과 폭언이 있었다면 내가 감독을 안 할 것"이라며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신 전 감독은 이를 친근감의 표현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자신이 일부 고참 선수들의 하극상으로 인해 '바지 감독'으로 전락했고 경질을 위해 없는 폭행 사실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승현은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 전 감독과 함께했던 사제지간입니다. 그는 울산 유스 출신으로 사간 도스, 가시마 앤틀러스 등 일본과 아랍에미리트 알와슬에서 활약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중동 구단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감독이 선수들에게 욕을 하고 강하게 비판하는 인터뷰를 해서 선수들이 함께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바로 경질됐다"며 신 전 감독의 행동은 축구계를 떠나 어디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울산의 베테랑 공격수 이청용도 정승현의 폭로에 대해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신 전 감독과 선수단 간의 갈등이 실재했음을 뒷받침했습니다. 울산 구단은 지난 2일 성적 부진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에 울산 서포터스는 트럭 시위를 벌이며 "침묵은 책임 회피"라고 비판하고 선수 보호를 위한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영상 공개 이후 축구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K리그 지도자는 "친한 사이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반가워 한 행동으로 폭행으로 보기 무리가 있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다른 축구인은 "친근함의 표시가 되려면 앞뒤 상황에서 추가 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을 보면 일방적으로 뺨을 때리고 지나간다"며 폭행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률 전문가의 견해도 나왔습니다. 법률사무소 길의 길기범 변호사는 "신 감독이 정 선수의 뺨을 때린 행위는 친근감 표시의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선수단이 모두 있는 자리라는 상황, 뺨을 때린 강도, 정 선수의 반응 등을 종합해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면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감독은 성남 일화와 한국 축구대표팀,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헤드락을 걸며 장난치는 '형님 리더십'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그런 방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태용 전 감독은 지난 10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울산HD 감독직에서 경질됐습니다. 그는 8월 13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해 울산을 맡았지만 불과 65일 만에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울산은 강등권 위기에 처했다가 최종전에서야 간신히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습니다. 정승현은 중요한 잔류 경기를 앞두고 있어 말하지 못했다가 최종전 이후에야 입을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프로축구계의 구시대적 지도자 문화와 선수 인권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울산 구단이 어떤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그리고 이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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