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경기도 양주시 인도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가해자 가족이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내년 5월 쌍둥이 출산을 앞둔 30대 남성이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진 가운데, 가해자 측의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 밤 8시경, 경기도 양주시 한 인도에서 이종희(당시 36세) 씨가 귀가 중 갑작스럽게 돌진한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이 씨는 아무런 예고 없이 인도로 올라온 흰색 SUV 차량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씨의 아내 A 씨는 그날 밤 남편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에 돌아온다는 연락이려니 생각했던 A 씨는 119 구급대원으로부터 "남편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 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A 씨는 "처음엔 친구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며 당시의 황망했던 심정을 전했습니다.
사고를 낸 50대 남성 운전자는 가족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로 식당 주차장을 나와 곧바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는 인도로 진입한 후 무려 700~800m를 질주하며 주행했고, 그 과정에서 이 씨를 치었습니다. 당시 측정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2%로, 면허취소 기준인 0.08%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치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량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질 정도의 충격이었으며, 이 씨는 사고 당시 많은 양의 피를 흘린 상태였습니다. 사고 이후 현장에는 주차장에서 인도로의 진입을 막는 볼라드가 설치됐지만, 사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 씨가 쌍둥이 예비 아빠였다는 사실입니다. 사고 당일 아침, 이 씨는 아내에게 "쌍둥이니까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컴퓨터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는 등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전에 유산을 경험한 후 이번 임신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태명을 '강이' '단이'로 짓기도 했습니다.
현재 임신 16주 차인 A 씨는 내년 5월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뱃속 쌍둥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A 씨는 "뱃속 아이들은 아예 아빠 얼굴도 못 보고, 남편도 애들 얼굴을 못 보고 갔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는 최근 첫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유족에 따르면 가해자는 법정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죄송하다"는 짧은 말만 했다고 합니다. A 씨는 "가해자는 다친 곳이 한 군데도 없이 멀쩡했다. 더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가해자 측의 발언입니다. 유족은 "가해자 측으로부터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예비 아빠의 목숨을 앗아가 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가해자 변호인 역시 "피해자 측에 충분히 사과를 못 했으니 시간을 좀 달라"고 말해 감형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사건을 보도한 JTBC '사건반장'에 대해 가해자 측은 방송국 민원실을 통해 여러 차례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송에서 앵커가 가해자를 '이 인간'이라고 표현한 것이 공격적이며 "가해자 혐오를 유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해자 측은 "우리도 아프간에서 끌려온 사람처럼 굉장히 불쌍해 보였다.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욱 키웠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그런 말을 하냐",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고 수십 년을 눈물 흘리며 살아가야 할 유가족을 생각한다면 저런 소리 못할 것", "가해자 가족 신상 공개해야 한다" 등 강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A 씨는 남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어도 최대 형량은 8년이고, 이마저도 '초범' '자진 신고' '반성문' 등을 이유로 감형받아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는 해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지만,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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