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파인인포-에센코어 세미나에서 공식 입장 밝혀
8일 밤.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파인인포-에센코어 연말 세미나는 최근 메모리 유통 시장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업계 관계자와 주요 유통 파트너가 참석한 행사는 신제품 발표나 단기 영업 전략을 공유하는 성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신 지난 1년간의 협업을 정리하고, 현재 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세훈 파인인포 대표는 환영사에서 올 한 해를 직접 언급했다. 메모리 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공급 불안, 유통 환경 변화 속에서 파인인포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겪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를 개별 기업의 위기나 일시적인 부침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공급사와 유통사, 파트너 간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인인포가 연말 시점에 파트너를 한자리에 초청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단기 실적이나 물량 확대를 이야기하기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협업을 이어갈 것인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함께 공유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자리였다.
공급부족의 메모리 시장, 변동성관리에 무게
핵심은 현재 메모리 시장에 대한 인식이다. 에센코어 김일환 영업팀장은 글로벌 DRAM과 SSD 시장을 둘러싼 수요·공급 구조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AI 인프라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로 서버용 DRAM과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흐름은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버 중심의 수요 증가는 메모리 생산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여파는 PC와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가 설비 증설과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신규 생산 능력이 실제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2026년과 2027년 역시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가격 변동성보다 공급 안정성이 유통 현장에서 훨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 지점에서 파인인포의 영민한 전략이 드러난다.
파인인포는 시장을 단기 가격 경쟁이나 물량 중심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급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무리한 확장이나 공격적인 물량 확보가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신 예측 가능한 공급 구조와 파트너 간 역할 분담을 통해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제품 공급 전략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됐다. DDR5 중심의 라인업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DDR4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는 시장 구간을 성급하게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일부 해외 시장과 특정 수요처에서는 DDR4 기반 시스템 수요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메모리 제조사도 DDR4 생산을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다. 파인인포는 이러한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공급사와의 협의를 통해 병행 대응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SSD 시장 역시 세대 전환보다 실수요를 기준으로 접근하고 있다. M.2 PCIe 기반 SSD를 중심으로 Gen3, Gen4, Gen5 제품군을 단계적으로 운영하며, 기술적 가능성보다 실제 구매와 적용이 이뤄지는 구간을 우선 고려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기 트렌드에 휩쓸리기보다, 유통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고 부담과 공급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파인인포는 일반적인 유통사의 역할을 넘어 공급과 수요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필요한 수요를 공급사에 어필하고, 공급 가능 범위 안에서 가장 안정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이다. 이는 공급이 제한적인 환경일수록 유통사의 역할이 판매는 물론 조정과 관리로 확장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에센코어가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SK그룹 계열 구조 안에서 하이닉스와의 기술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파인인포는 국내 공식 유통 파트너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단기 계약 관계를 넘어, 중장기 협업 구조를 전제로 한 파트너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미나 중반에 진행된 파트너 시상식 역시 파인인포의 기준을 분명히 보여줬다. 선정 기준은 단기 매출 규모가 아닌 공급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일정 기간 협업을 유지하며 거래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파트너가 대상이 됐다. 이는 파인인포가 앞으로도 어떤 파트너와 함께 갈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
전세훈 대표는 행사 말미에서 향후 방향을 다시 정리했다. 당분간 시장 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파인인포는 단기적인 확장이나 공격적인 전략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업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거래 관계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한 배경을 예로 들며 파인인포는 에센코어와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구조를 유지하고, 파트너들과도 같은 기준으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물량과 가격 중심의 거래보다, 협업 태도와 역할 분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신뢰를 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25년 12월 8일. 진행된 연말 세미나는 파인인포가 현재 시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메모리 시장에서 파인인포는 유통사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며, 책임 있는 판단을 통해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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