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사상 최대 이끈 ‘반도체’···2026년 산업판도, AI가 좌우

10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서 한 방문객이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와 ‘HBM3E’가 전시돼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11월 한국의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25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무역수지도 7년 만에 최대치로 확대, 감소세였던 대미 ICT 수출도 두 달 연속 반등했다. 내년 산업 기상도에서도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ICT 업종에 ‘맑음’ 전망이 제시되며 경기 회복의 중심축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1월 ICT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3% 증가한 254억5000만달러였다. 기존 최고치였던 254억달러(2022년)를 넘어선 수치다. 무역수지도 126억9000만달러로 201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38.6%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고 고정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휴대폰·컴퓨터·통신장비도 증가세를 보였고, OLED는 회복했으나 LCD 둔화로 디스플레이 전체는 소폭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대만(32.2%), 중국(25.3%), EU(18.1%), 베트남(11.6%), 미국(7.9%) 등 주요 시장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특히 대미 반도체 수출이 43.3% 급증하며, 지난 9월까지 감소했던 대미 ICT 수출 흐름이 두 달 연속 개선됐다.

이 같은 수출 반등은 내년 산업 기상도 전망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발표한 ‘2026년 산업 기상도’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맑음’, 배터리·바이오·자동차 등은 ‘대체로 맑음’으로 분류됐다. 반면 중국발 공급과잉과 관세 환경 변화의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철강·기계·건설은 ‘흐림’으로 진단됐다.

반도체 업종의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9.1% 성장한 1800억달러 규모가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내년 AI 인프라 확충에만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HBM·고대역폭 D램 중심의 수요는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디스플레이 수출 역시 OLED 전환 속도와 XR·자동차용 패널 채택 증가로 내년 3.9% 증가한 176억7000만달러가 예상됐다.

AI 인프라 확대의 또 다른 수혜 업종인 배터리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로 ‘대체로 맑음’ 진단받았다. 다만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미국의 세액공제 축소 등은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한상의는 “내년에도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며 “AI 중심의 산업 실험과 이에 맞춘 정부의 규제 혁신, 인센티브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