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모토GP 월드 챔피언 마르크 마르케즈(두카티)가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다.
마르케즈는 이번 타이틀로 서로 다른 두 제조사에서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소수의 라이더 그룹에 이름을 올리며, 모토GP 역사에 다시 한번 강렬한 흔적을 새겼다. 그에게 있어서 2025년 시즌은 단순한 챔피언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 차례의 중상, 네 번의 오른쪽 상완골 수술, 그리고 은퇴를 고민해야 했던 시간들을 지나 다시 정상에 오른 이번 성공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감동적인 인간 서사와 더불어 기록의 측면에서도 이번 시즌은 특별하다. 모토GP에서 두 개 이상의 제조사로 월드 챔피언에 오른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 출발점은 지오프 듀크로, 노턴과 질레라를 타고 타이틀을 차지한 최초의 라이더였다. 이후 자코모 아고스티니가 MV 아구스타에서의 성공에 이어 1975년 야마하로 챔피언에 오르며 두 번째 사례를 만들었다.
현대 모토GP로 넘어오면 에디 로슨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로슨은 1988년과 1989년, 각각 야마하와 혼다로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라이더로 자리 잡았다. 이어 발렌티노 로시가 등장했다. 로시는 혼다에서 2001~2003년 세 차례 연속 챔피언을 차지한 뒤, 2004년 야마하로 이적해 곧 타이틀을 획득하며 모토GP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제조사 이동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케이시 스토너 역시 이 엘리트 클럽의 일원이다. 2007년 두카티와 함께 챔피언에 오른 그는 2011년 혼다로 이적해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며, 서로 다른 두 제조사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라이더로 기록됐다. 그리고 이제 그 계보에 마르크 마르케스가 추가됐다. 혼다 시절 그는 총 여섯 차례(2013·2014·2016·2017·2018·2019년)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절대적인 시대를 구축했다. 그러나 2020년 헤레즈에서의 부상 이후 커리어는 급격한 하락곡선을 그렸고, 수년간의 재활과 좌절이 이어졌다.
전환점은 두카티 이적이었다. 그레시니 레이싱 소속으로 1,043일 만에 그랑프리 우승을 거두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마르케즈는 2025년 두카티 레노보 팀의 팩토리 라이더로서 시즌을 지배했다. 일본 그랑프리에서 시즌 종료를 다섯 라운드 남겨둔 시점에 타이틀을 확정 지으며 일곱 번째 모토GP 월드 챔피언에 올라 스토너, 로시, 로슨, 아고스티니, 듀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챔피언십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라이더의 적응력과 순수한 경쟁력을 상징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시즌 후반 인도네시아에서 또 한 차례 부상이라는 변수가 등장했지만 마르케즈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2025년의 성공은 그의 커리어 후반부를 다시 정의하는 계기가 됐다. 두카티와 함께 되찾은 경쟁력, 그리고 정상에서 증명한 존재감은 그를 2026년 시즌 가장 강력한 타이틀 후보로 만든다.
한때 은퇴가 눈앞까지 다가왔던 라이더는 이제 다시 기준점이 됐다. 마르크 마르케즈의 이름은 기록과 함께, 모토GP 역사 그 자체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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