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혼까지 쏙 빼놨다. 13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 글로벌 팝스타 도자 캣(Doja Cat, 30) 이야기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 그는 한겨울 추위를 무색케 한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객석을 가득 메운 1만 4000여 명의 환호를 끌어냈다.
도자캣 호주 퍼스 공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도자 캣은 보컬과 랩, 송라이팅을 모두 소화하는 ‘올라운더’다. 2014년 정식 데뷔한 그는 팝, 힙합, R&B, 아프로비츠, 댄스홀,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 서사를 직설적인 언어로 풀어낸 곡들로 사랑받았다.
도자 캣은 ‘세이 소’(Say So)와 ‘페인트 더 타운 레드’(Paint the Town Red)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고, 시저(SZA)와 협업한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인정 받았다. 2023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블랙핑크 리사의 ‘본 어게인’(Born Again)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하며 국내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도자 캣 호주 퍼스 공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도자 캣 호주 퍼스 공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코리아! 싱 위드 미”(Korea! Sing with me) “에브리바디 고 댄스!”(everybody go dance!)
도자 캣은 이날 엉덩이 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보디수트 스타일 의상을 입고 테트리스를 연상시키는 사각형 레이어 구조의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즈’(Cards)로 공연 포문을 연 그는 브라스를 중심으로 한 1980년대풍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며 무대 곳곳을 누볐다.
이번 공연은 새 정규 앨범 ‘비’(Vie) 발매 후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막을 올린 새 월드투어 ‘마 비’(Ma Vie)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도자 캣은 ‘세이 소’, ‘페인트 더 타운 레드’, ‘키스 미 모어’, ‘스트리츠’(Streets), ‘우먼’(Woman) 등 기존 대표곡들과 ‘고저스’(Gorgeous), ‘테이크 미 댄싱’(Take Me Dancing), ‘메이크 잇 업’(Make It Up), ‘아 멘!’(AAAHH MEN!),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 등 새 앨범 수록곡들을 엮어 세트리스트를 다채롭게 구성했다.
도자 캣은 도발적인 몸짓과 흡인력 강한 표정 연기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공연을 이어갔다. 하이힐을 신은 채, 쉼 없이 골반과 엉덩이를 튕기면서도 라이브 퍼포먼스에는 큰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한 플로어 퍼포먼스로 관능미를 발산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실시간 화면이 송출된 스크린에는 도자 캣의 과감한 몸짓이 연달아 클로즈업돼 갈수록 현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도자 캣 뉴진랜드 공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도자 캣 호주 퍼스 공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도자 캣 호주 퍼스 공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주시’(Juicy) 무대 때 그의 격정적인 트월킹 퍼포먼스는 절정에 달했다. ‘웨트 버자이나’(Wet Vagina)를 부를 땐 바닥에 엎드린 채 돌출 무대 앞뒤를 오가는 행위예술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티아 타메라’(Tia Tamera)를 부르면서는 마이크 줄을 채찍처럼 공중에 돌리는 강렬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급기야 공연 말미에는 마이크를 입 안에 넣는 광기어린 모습도 보여줬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2030 관객이 대거 몰렸다. 공연 당일 기준 놀 티켓 예매자 통계에 따르면 여성 관객 비율이 80.9%로 남성(19.1%)보다 월등히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59.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도자 캣이 뛰어난 무대 장악력을 뽐내며 체급이 다른 퍼포머라는 걸 증명한 가운데, 관객들은 “도자!”, “도자!”를 연호하며 흥을 돋웠고 일부 곡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보스 비치’(Boss Bitch)가 흘러나올 땐 스탠딩석을 중심으로 클럽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