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버의 2025 FIA F1 월드 챔피언십은 성적표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시즌으로 남게 됐다.
2026년 아우디의 공식 F1 참가를 앞둔 과도기 속에서 자우버는 단기 경쟁력보다 조직과 기술 구조 전환에 방점을 찍은 한 해를 보냈다. 2025년형 C45는 시즌 초반부터 공기역학 효율과 고속 코너 안정성에서 뚜렷한 약점을 노출했다.
다운포스 절대량 부족과 타이어 워밍업 지연은 예선 한 랩 페이스 저하로 직결됐고, 이는 대부분의 그랑프리에서 하위권 출발이 반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레이스 페이스 역시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며 정상적인 변수 없는 상황에서 포인트 경쟁에 가담하기는 쉽지 않았다.
시즌 중반 몇 차례의 업데이트가 투입됐지만 경주차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쟁 팀들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 곡선을 끌어올린 반면 킥 자우버는 개발 효율과 리소스 배분 측면에서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했고, 이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드라이버 라인업은 경험과 미래 투자를 동시에 고려한 조합이었다. 니코 휼켄베르그는 팀 내에서 명확한 기준점 역할을 수행하며 C45의 한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예선에서의 정교한 한 랩 어택과 레이스 초반 포지션 유지 능력은 자우버가 현실적인 전략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다만 머신의절대적인 경쟁력 부족 속에서 휼켄베르그의 경험이 지속적인 포인트 수확으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했다.
가브리엘 보르톨레토는 2025 시즌을 통해 F1 풀 시즌 데뷔를 치르며 적응에 초점을 맞춘 시간을 보냈다. 주니어 포뮬러에서 증명한 기본기와 레이스 감각은 일부 주말에서 긍정적으로 드러났지만 F1 특유의 타이어 관리와 복잡한 레이스 전개 속에서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완주율과 페이스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점은 보르톨레토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운영 측면에서 킥 자우버는 2025 시즌 내내 비교적 보수적인 전략 기조를 유지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접근은 완주율 관리에는 도움이 됐지만 세이프티카나 기상 변수 상황에서 판을 흔들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팀의 시선이 이미 2026년 이후를 향해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해석된다.
2025 시즌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분명하다. 킥 자우버에게 이 해는 결과를 위한 시즌이 아니라 아우디 F1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단계였다. 기술 조직 재편, 핵심 인력 충원, 개발 프로세스와 시뮬레이션 역량 강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됐다. 트랙 위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장기 프로젝트의 관점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에 가까웠다.
물론 ‘준비의 시즌’이라는 명분이 모든 한계를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린 팀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킥 자우버의 2025 시즌은 의도된 인내와 현실적인 전력 부족이 동시에 드러난 해로 평가된다.
결국 킥 자우버 F1 팀의 2025 시즌은 성공과 실패로 단정 짓기보다는 전환을 위한 정지선에 더 가깝다. 이 과도기가 2026년 아우디 워크스 체제 출범과 함께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2025년은 그 가능성을 가늠하게 한 조용하지만 중요한 시즌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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