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석유화학업계 리더십 지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지속에 주요 석화기업은 수장 교체를 통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올해에만 여천NCC, 롯데케미칼,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4개사가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14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먼저 인사 교체에 나선 곳은 DL그룹이다. DL그룹은 지난 8월 7일 DL케미칼 김길수 사장을 여천NCC 신임 공동대표로 전격 선임했다. 김 대표 선임 당시 여천NCC는 대외 환경 악화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영업손실은 누적 7758억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300%를 웃돌았다. DL그룹은 그룹 내 최고 화공 엔지니어로 평가받는 김 대표를 투입해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DL케미칼에서 유화사업본부장 겸 사업지원담당임원을 역임했다.
김길수·김명현 공동대표 체제로 변모한 여천NCC는 재무 위기 극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두 대표는 지난 8월 여천NCC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로부터 각각 15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부채비율을 200%대로 낮췄다. 지난 12일엔 여천NCC 이사회에서 장기 원료 공급계약안을 의결하며 여수 산단 사업재편안에도 시동을 걸었다.
롯데케미칼은 매년 대표이사 인사에 ‘칼바람’이 불고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 20명을 교체했다. 지난 3월 선임된 롯데케미칼 황민재 대표이사도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용퇴를 택한 이훈기 대표이사 겸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에 이어 이번에도 1년여 만에 조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과 이영준 대표이사의 2인 체제로 재편됐다.
이영준 대표는 2016년 PC사업본부장으로 롯데첨단소재에 입사해, 2020년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사업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24년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 겸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에 선임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대산 산단 NCC 감축안을 HD현대케미칼과 공동으로 정부에 제출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단지 내 NCC 공장을 물적분할해 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과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으로 약 110만톤(t)의 에틸렌 생산 능력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스페셜티 제품 생산과 수소 등 신사업 확장을 통한 고부가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지난달 27일 7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신학철 부회장의 퇴임을 발표하고 김동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LG화학은 지난해 화학부문에서 영업손실 13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2104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을 축소했다. 그러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기존 사업의 수익 비중은 점점 축소돼 본원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79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4895억원과 비교하면 38.9% 증가했지만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290억원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1996년 LG화학에 입사한 이후 반도체소재사업담당, 전자소재사업부장,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 첨단소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김 사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달 4일 김종화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에 선임하며 겸직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최안섭 대표이사는 1년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 대표는 2018년 SK에너지 Engineering 본부장, 2020년 SK이노베이션 SHE부문장, 2022년 SK지오센트릭 CSO 겸 생산본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SK에너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유와 화학 사업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SK이노베이션은 양 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겸직 체제를 택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김 대표는 울산CLX 생산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석화 사업의 본원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라며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전사 차원에서 이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완수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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