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뿌리를 찾아서] 알에서 당나귀가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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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토리 뿌리를 찾아서] 알에서 당나귀가 태어나다

뉴스컬처 2025-12-14 10:39: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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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알에서 당나귀가 태어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조선시대 구비설화 ‘당나귀 알’은 이러한 질문을 상상 속에서 현실로 만들어 보여준다. 한 농부와 수박 장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얽힌 사건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속임수, 그리고 공동체적 신뢰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오늘날에도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혹은 누군가의 말에 의심을 품어야 하는 순간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옛날 한 농부가 당나귀를 잃고 한동안 슬퍼하던 중, 수박 장수가 신기한 알 하나를 보여주며 “이 알에서 당나귀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농부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장수의 말에 호기심을 갖고 그 알을 집으로 가져갔다. 알이 당나귀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지만, 농부는 마음 한편에서 작은 기대를 품었다.

농부가 알을 들고 마을로 돌아오자, 주민들은 장난이라며 수박 장수를 의심했다. “수박을 당나귀 알로 속였겠지?”라며 장수를 꾸짖고, 농부조차 그 말에 당혹스러워했다. 마을 사람들의 의심과 농부의 혼란은 당시 공동체 사회에서 속임수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박 장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박값을 반값으로 할인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팔았다. 농부에게는 수박 한 통을 무료로 주었고, 이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 농부는 함께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속임수가 공동체적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은 설화가 가진 교훈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농부는 이후 열심히 일하여 좋은 당나귀를 구입했고, 수박 장수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수박으로 음식과 화채를 만들어 팔아 성공했다. 결국 양측 모두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속임수와 실수 뒤에도 인간관계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각색본에서는 수박 장수가 당나귀를 다시 데려가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또 다른 변형에서는 농부가 장원에 급제하며 인생 역전을 이루는 설정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변형들은 설화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설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조선 후기 농민 사회에서 농부와 상인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 속 도덕적 규범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에서 당나귀가 태어난다는 비현실적 설정은 당시 민간에서 즐기던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설화 속 알은 불가능한 것을, 당나귀는 현실적 가치를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현실 속 속임수와 그것이 초래하는 사회적 결과를 풍자하면서도 인간의 욕심과 믿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속임수로 인한 혼란과, 공동체적 화해의 과정이 대비되는 구조는 이야기 속에서도 도덕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마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의 변형 또한 흥미롭다. 일부 지방에서는 알 대신 다른 동물이나 과일이 등장하며, 결말 역시 마을 사람들의 협동을 강조하거나 농부의 개인적 성공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는 설화가 시대적, 지역적 맥락 속에서 유연하게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전달하는 사회적 메시지는 명확하다. 속임수와 그것의 결과를 통해 공동체적 윤리와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을 사람들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장수와 농부가 서로 이해하는 과정은 사회적 협력과 화해의 중요성을 함축한다.

오늘날 ‘당나귀 알’ 설화는 속임수와 정직, 그리고 공동체 신뢰의 문제와 연결된다. SNS나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허위 정보와 잘못된 믿음, 그리고 공동체의 판단과 화해 과정은 설화 속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사회에서 신뢰와 속임수는 시대를 초월한 고민임을 보여준다.

현대 독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공동체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를 곱씹어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유머와 상상 속 이야기에서도, 인간과 공동체의 본질적 고민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설화는 조용히 전하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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