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올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를 둘러싼 굵직한 이슈가 이어지며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판매수수료 개편을 시작으로 GA 감독체계 강화가 이어지면서 GA업계의 영업·감독 질서를 체계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GA)은 이제 효율성을 갖춘 보험사의 핵심 판매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지점 유지비·인건비·교육비 등의 고정비가 소요되는 반면, GA는 유연한 조직 구조를 기반으로 보험사의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새 회계제도 (IFRS17)를 도입한 후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이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대에 집중하면서 GA 채널의 활용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GA업계는 올해 수수료 개편 논란·자율협약 확산·감독체계 재편과 같은 굵직한 이슈가 잇따르며 시장 내 위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관련 제도가 시행될 경우 GA 시장은 본격적인 구조 재편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며 GA시장 판도 역시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수료 개편 급물살…1200%룰 확대·7년 분급에 업계 '긴장 최고조'
특히 금융당국의 보험판매수수료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GA업계 긴장감도 극대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내년 7월부터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에 '1200% 룰'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1차년도 수수료뿐 아니라 정착지원금과 각종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총 지급 한도를 제한함으로써 과도한 사업비 지출을 억제하고 보험사의 비용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여기에 ▲수수료 분급 기간을 기존 2년에서 최대 7년으로 연장하고 ▲설계사 수당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도 담았다. 선지급 중심의 수당 구조를 축소하고 분할 지급 비중을 늘려 과열된 리쿠르팅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GA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초기 수입 감소·리쿠르팅 경쟁 약화·수수료 공개로 인한 리베이트 오해 가능성 등으로 영업 활동에 전반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회사형 GA '대형화' 가속…독립 GA도 초대형 경쟁구도 진입
내년 하반기 수수료 체계 개편이 시행될 경우 보험유통 구조가 ‘자본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수료 지급 기간이 최대 7년으로 늘고 선지급 비중이 축소되면, 현금 유동성과 교육·지원 인프라를 갖춘 대형 GA가 구조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GA들은 정착지원금·교육·인센티브 체계를 앞세워 설계사 유치와 조직 안정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소형 GA는 장기 분급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인력 경쟁에서도 대형사에 밀릴 수밖에 없어 시장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제판분리 4년 만에 GA업계 1위로 올라서며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1조781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5448억원) 대비 15.3%가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지난해에 이어 연간 영업수익 2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 회사 기반이 없는 독립 GA들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카금융서바스는 2025년 10월 말 기준 설계사 수 2만명을 돌파 독립 GA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자회사형 GA)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지에이코리아 역시 약 1만 2500명 규모의 전국 단위 설계사 조직과 장기보장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외형을 키우고 있다.
◆ 업계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과열될 것…지넥슨 사고 등 금융회사급 감독 필요"
업계는 보험판매수수료 개편안 시행을 앞둔 내년 상반기까지 설계사 확보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수료 분급 기간이 늘어나 초기 수입이 줄어들면, GA와 보험사 모두 우수 설계사 유치를 위해 정착지원금·인센티브 경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GA업계의 감독·보안 체계를 금융회사 수준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지넥슨 플랫폼에서 해킹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하나손해보험의 자회사 GA 하나금융파인드와 대형GA 유퍼스트보험대리점에서 110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이에 지넥슨이 2단계 인증 도입과 비정상 로그인 탐지 강화를 포함한 보완 조치를 내놨지만, GA의 정보보호 체계가 금융회사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GA 감독체계 대전환…내부통제 강화·운영위험 평가 도입
GA업계는 지난 1일 시행된 '보험회사의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내부통제 강화와 감독체계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이는 보험사가 보험상품 판매를 맡기는 GA에 대해 자체 평가지표를 마련해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GA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추가 자본 적립 등 제재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GA 중심의 판매 구조가 확대되면서 민원과 불완전판매가 함께 늘어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단순한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GA 조직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를 도입해 2027년 정식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에서 보험사의 GA 관리·감독 역량을 정량·정성 평가해 우수 보험사에는 K-ICS 인센티브를, 미흡 보험사에는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위탁GA 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을 경우 주어질 수 있는 인센티브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인센티브는 자본완충 능력을 높일 추가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 확충,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요구자본 축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킥스 비율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위탁GA 관리 강화를 통해 실제 인센티브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기대효과보다 낮은 등급을 받았을 때의 페널티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시장의 감독·평가 제도가 강화되면서 중소형 GA는 내부통제·보안·운영위험 관리까지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비용 압박과 시장 쏠림이 심화돼 대형 GA 중심의 과점 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어 보험사·GA·설계사 모두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제도가 조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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