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판매 질서 교란 방지를 위해 비대면 진료 중개업체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혁신 및 신산업 성장 위축' 이라는 반대 논리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16일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과 관련한 긴급 간담회가 열린다. 국회 스타트업·벤처기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벤처기업협회 및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유관 단체들에게 참석 요청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이라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은 닥터나우와 같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업을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이 법안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과 함께 논의돼 왔다. 의료법 개정안엔 민간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로 인해 우려되는 일부 부작용을 약사법 개정안을 통해 차단하려 한 것이다.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복지부의 힘을 받아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까지 넘었지만, 스타트업·벤처업계와 이들을 지원하는 의원들이 '스타트업의 혁신 저해'를 이유로 크게 반발해 이달 초 국회 본회의 상정이 연이어 보류됐다. 최근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해당 법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한 우려를 여당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는 측에선 플랫폼 업체가 계속 도매상을 겸업할 시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체 도매몰로부터 물건을 공급 받는 약국을 우대하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우려한다. 이에 따라 특정 품목으로의 처방·조제가 쏠리고 합리적인 약 선택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닥터나우는 의약품 공급을 위한 도매업체 '비진약품'을 설립한 뒤 비진약품을 통한 100만원 상당의 의약품 패키지를 구매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패키지를 구매한 약국에 제휴 약국 지위를 주고 플리케이션에서 '나우(NOW) 조제확실' 표시를 붙여주면서 신종 리베이트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패키지 판매는 현재 중단됐지만 자사 도매몰 이용 여부에 따라 약국들이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표출되는 방식엔 여전히 차이가 있다. 자사 도매몰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했으며 관리 시스템상 재고가 남은 약국은 'NOW 재고확실'이라고 표출되며, 약국이 자사 도매몰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지 않고 재고 정보를 올리는 경우엔 '조제 가능성 높음'이라고 노출되는 식이다.
닥터나우는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 후 약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약품 도매업을 겸업하는 것이라 항변한다. 이에 대해 법안 찬성 측에선 도매업과 정보 제공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플랫폼 업체가 직접 도매업을 하지 않더라도 약국이 자신들의 재고 정보를 공개하면 제공이 가능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간의 운영 형태가 소비자 편익 증진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닥터나우 도매몰에서 공급한 의약품 중 여드름·탈모·다이어트 등 비급여 의약품의 공급수량은 전체에서 77.2%를 차지했고, 공급금액 비중은 전체의 95.5%에 달했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는 "공급가액이 큰 일부 비급여 의약품으로 인한 왜곡일 뿐, 닥터나우가 공급하는 의약품의 80.7%는 급여 의약품에 해당한다"며 "약국이 필요한 의약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급여 의약품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환자단체들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이 법안은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우후죽순 생겨날 플랫폼 업체들이 저마다 도매상을 차리고 의약품 유통을 장악하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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