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는 지난 11일 미국에서 운영 중인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2026년 1분기 말까지만 운영한다. 블루오벌SK는 지난 2022년 SK온과 포드가 50대 50으로 출자해 설립한 배터리 기업이다.
이번 구조재편에 따라 SK온은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 주에 위치한 공장을 앞으로 각각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SK온은 지난달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와 합작 운영하던 후이저우 배터리 법인(Huizhou EVE United Energy·EUE)에 대한 지분교환을 통해 합작관계를 청산한 바 있다.
이는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기조와 맞물려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자 과감한 투자보다는 기존 사업 전략을 축소 및 철회하며 재무 부담을 덜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더욱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전제로 하는 JV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수익 실현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캐즘 국면에서는 오히려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간 SK온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적자만 3조4070억원에 달한다. 경쟁이 치열한 배터리업계의 후발주자인 상황에서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급 과잉과 전기차 캐즘까지 겹친 탓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업 구조 개편으로 SK온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루오벌SK 경우 켄터키 공장에 상당한 차입금과 고정비가 집중돼 SK온이 떠안은 부채만 10조원에 달했다. 합작이 종결되면 켄터키 공장 관련 차입금과 감가상각 부담을 포드가 떠안아 SK온은 재무 부담을 덜게 된다.
중국 EVE파워와의 합작법인 EUE의 상황도 비슷했다. EUE는 SK온 지분율이 49%에 불과해 연결 실적 기여도가 크지 않은 데다, 노후 설비 대비 유지 비용이 높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일각에선 JV 해체 움직임을 계기로 SK온의 리밸런싱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선임된 이용욱 신임 각자대표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의 대표를 역임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투자 전략을 총괄한 포트폴리오 매니징 전문가다.
SK온이 배터리 업황 부진으로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재무 건전성을 복원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대표 주도하에 강도 높은 리밸런싱이 추진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글로벌 JV 모델 자체가 재검토되는 상황"이라며 "SK온은 이번 조치로 수조 원의 부채가 빠지며 중장기 성장 전략을 다시 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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