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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볶음밥을 라면으로 옮기면 이런 맛일까. 스프를 뜯어 잘 익은 면에 붓자 달큰한 볶은 김치 냄새가 주변에 확 퍼진다. 색은 진하고 기름졌고 면발엔 양념이 촘촘히 스며들었다. 먹자마자 새콤한 감칠맛이 먼저 와 닿았고, 이어지는 매운맛과 단맛이 입안을 천천히 채웠다.
농심(004370)의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기존 신라면 브랜드를 활용해 개발한 국물 없는 볶음형 라면이다. 지난 11월 이마트에서 4입 기준 4880원에 한정 출시됐고, 농심은 이 제품을 내년 글로벌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국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한 뒤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2026년은 농심의 간판인 신라면이 출시 40주년을 맞는 해다.
구성은 간단하다. 기존 신라면과 비슷한 둥근 면과 함께 액상소스, 후레이크가 들어 있다. 액상스프는 고추기름과 김치 페이스트가 섞인 듯한 질감이고, 후레이크에는 김치 조각과 청경채가 포함돼 있다. 면과 후레이크를 함께 3분간 끓인 뒤 물을 따라내고 소스를 넣어 비비면 완성된다. 특별한 물양 표시는 없지만, 한두 숟가락 정도 남기고 비비면 농도가 적당했다.
맛의 중심은 새콤하면서 단 매운맛이다. 신김치를 달달하게 볶은 풍미가 살아 있고, 맵기는 오리지널 신라면보다 약간 더 강한 편이다. 매운맛은 5, 새콤함과 단맛은 각각 3, 2 정도의 비율로 조합돼 있다. 면발은 일반 신라면과 같지만, 볶음용으로도 충분히 양념을 잘 머금는다. 강렬하진 않지만 적당한 맛의 균형 덕에 데일리 라면으로 부담이 없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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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맛과 새콤함은 호불호가 나뉠 포인트다. 둘 중 하나라도 선호하지 않는다면 다시 찾기 어려운 맛일 수 있다. 불닭처럼 강한 매운맛을 기대한 이들에게도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치볶음면이지만 김치 후레이크의 존재감은 옅다. 대부분 조리 중 녹아버린다.
한 봉지 1200원대 가성비는 조금 애매했다. 김치는 대부분 가정에 기본 반찬으로 있고, 저가 라면에 곁들여도 비슷한 구성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김치가 집마다 있는 식재료는 아니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반응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전반적으로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처럼 확 치고 나가는 자극은 없다. 대신 무난하게 조율된 맛을 앞세운다. 제품 콘셉트도 파격보단 익숙함에 가깝다. 해외 시장에선 입문용 K라면으로, 국내에선 ‘한 끼 라면’의 또 다른 선택지로 자리잡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당장 출시와 동시에 큰 이슈를 일으키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천천히 스며들며 확산되기를 노리는 전략에 가깝다.
농심은 이 제품을 내년부터 해외 시장에 본격 투입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매출은 68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고 전체 매출의 38.9%를 차지했다. 국물 중심이던 신라면 브랜드는 이번 김치볶음면을 통해 비빔·볶음 카테고리로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농심은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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