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연말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의 핵심 기조는 ‘안정’과 ‘검증’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교체를 최소화하며 현장에서 실적을 입증한 실전형 리더십에 힘을 실었다. 내년 시장 변동성과 규제 환경 변화가 동시에 예상되면서 다른 금융지주도 비슷한 인사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 ‘속도 조절’로 방향 전환…4곳 중 2곳만 교체
신한금융은 임기 만료 자회사 4곳 가운데 2곳만 수장을 바꿨다. 그룹 재무라인을 총괄해 온 천상영 부사장이 신한라이프 대표로 이동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인 이석원 전 전략부문장은 신한자산운용 대표에 선임됐다. 신한EZ손해보험과 신한자산신탁은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겉으로는 절반 교체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연속성에 무게를 둔 조정이다. 지난해 자회사 14곳 중 9곳을 한꺼번에 바꾸는 대규모 쇄신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질적 성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안정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하나금융, ‘안정’ 기조 분명…7곳 중 6곳 유임
하나금융은 임기 만료 대상 7곳 중 6곳을 연임시키며 안정 기조를 더욱 분명히 했다. 하나증권,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금융티아이, 하나손해보험 CEO가 모두 자리를 지켰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이은해 하나은행 부행장이 새로 선임됐다.
성과 기반 유임 기조가 뚜렷하다. 대표적 인물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다. 2023년 취임 이후 부실자산 정리와 조직 재편을 통해 실적을 반등시키고, 발행어음 인가 추진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내년 은행의 이자수익 둔화가 예상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는 모든 금융지주의 공통 과제가 됐다. 하나금융은 검증된 CEO를 재신임하며 조직 안정과 비은행 확대 전략을 병행할 전망이다.
◇KB·우리·BNK 인사 임박…‘연속성’ 선택 가능성 높아
KB금융은 KB증권·KB손해보험·KB자산운용·KB캐피탈·KB부동산신탁·KB저축은행 등 주요 자회사의 CEO 임기가 연말 종료된다. 우리금융도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등 10곳의 임기가 만료되고, BNK금융 역시 부산은행을 포함한 6곳의 CEO가 인사 대상이다. NH농협금융은 올해 임기 만료 대상이 없다.
아직 발표 전이지만 금융권에서는 “KB·우리·BNK 역시 대규모 교체보다는 안정과 연속성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규제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비은행 부문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 변동성 관리를 우선하는 인사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비은행 확대·규제 대응이 핵심…‘혁신가’보다 ‘야전 사령관’ 선호
내년 금융지주가 마주할 과제는 비은행 확대, 자본 관리, 강화되는 규제 대응까지 복합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혁신형’보다, 실전 경험과 실행력을 갖춘 ‘야전 사령관’ 역할이 더 요구된다.
올해 금융지주 CEO 인사는 결국 ‘안정’과 ‘연속성’이라는 결론으로 수렴하고 있다. 금융권은 내년에도 실적 입증형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인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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